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가계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개선하는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79조원으로 전월대비 4조9000억원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대출 증가의 주원인으로는 주담대가 지목됐다. 은행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나눠 보면 기타대출(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 등)은 전월에 비해 1조3000억원 감소한 반면 주담대는 9월 한달 동안 6조1000억원 늘었다. 9월 말 주담대 잔액만 833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에 관계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 가능한 정책 모기지 상품으로, 지난 1월 30일 출시돼 당초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기존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각각 70%(생애최초 구매자 80% 적용)와 60%가 적용되지만 DSR은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출시 8개월 만에 공급목표액 39조6000억원을 조기 달성했을 정도다.
앞서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난 8월 해당 상품의 금리를 기존 4.40~4.70%에서 4.65~4.95%로 높인 바 있다. 그럼에도 수요가 줄지 않자 지난달 27일부터는 아예 일반형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지원도 중단된다. 기존에는 기존 주택을 3년 이내 처분하는 조건 하에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이 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지원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지난달 27일부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계속 유지된다. 부부소득이 1억원 이하이고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인 경우 연 4.25~4.55%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상품 역시 출시 7개월 만에 전체 공급 목표의 90%를 이미 채운 만큼 앞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실수요층을 위한 지원에만 집중될 예정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했다. 실제 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50년 만기 등 장기 대출을 통해 DSR 규제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 50년 만기 대출 등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DSR 산정·적용 방식에 있어서도 개선이 이뤄졌다.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대출시 DSR을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령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금리 연 4.5%로 DSR 40%에 50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 경우 가산금리 1%p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 금액은 기존 4억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출 가능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도 스트레스 DTI를 운영 중이고 스트레스 DSR은 해외에서도 많이 도입한 제도인 만큼 확립된 공통 기준을 가지고 연내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