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난동 사건으로 1인가구의 치안 불안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이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 그러나 이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명시적 법률이 규정돼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실효적인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살인예고 등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협행위 규제 논의의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해 살인을 예고하는 행위에 대해 규율을 검토할 수 있는 규정은 형법상 살인예비죄, 협박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꼽힌다.
그러나 세 가지 규정 모두 단순히 살인을 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만으로는 직접적으로 규율이 불가능하다. 범행 예고 글 게시자가 실제 흉기를 준비하거나 특정한 대상을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행위가 없는 이상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8월 4일부터 10월 3일까지 경찰이 전개한 특별치안활동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검거된 흉기이용 강력 범죄자는 681명, 살인예고 글 게시자는 301명에 달한다. 법무부는 8월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묻지마식 강력범죄 대응·관리 강화 방안’을 보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예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도 ‘공중협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불특정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 자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발의돼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행위에 대한 규제방안이 마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형법은 ‘범죄위협에 의한 공공평온교란죄’를 규정, 이를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미국 연방 법률은 사람을 납치하겠다는 위협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위협이 포함된 통신문을 주(州)간 또는 외국 상업에서 전송하는 자에 대해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하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병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소셜 미디어,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난사한다는 등의 글을 게시하는 사람을 불특정 다수를 향한 ‘허위 협박’(Hoax Threats)으로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경고한다. 이같은 협박글을 게시한 경우 10대 청소년의 경우라도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형법에 ‘대중협박죄’를 규정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 중이다. 스위스 역시 ‘일반 대중에 대한 공포심 조성죄’를 규정해 대중을 공포에 빠뜨린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 법률로 규제할 수 없는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행위를 규제하는 법률 규정 신설과정에서 처벌의 필요성, 적용범위, 처벌의 수위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우리나라 법현실에 맞는 실효적 입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