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표 키워드로 ‘분초사회’가 꼽힌 가운데 시간의 가성비, 즉 ‘시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각 업계도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시성비 제품·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매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책 ‘트렌드코리아 2024’를 통해 ‘분초사회’를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분초사회는 시간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는 사회로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며 산다는 의미를 담는다.
분초사회에서는 ‘시성비’가 중요시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2시간짜리 영화를 20~30분 내에 즐기는 ‘요약 콘텐츠’나 간주를 건너뛰고 바로 곡의 하이라이트로 돌입하는 음악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이 대표적인 시성비 사례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2.4%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가장 큰 자원으로 여기고 있었고, ‘시간이 곧 돈’이라는 인식을 가진 응답자도 77.7%에 달했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마이크로밀 엠브레인 패널빅데이터가 분석한 2023년 1~10월 식당 예약 앱의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을 보면 캐치테이블은 약 122%, 테이블링은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업계에서는 집안일 시간을 축소시킬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1~11월 로봇청소기 로보락의 누적 주문 금액은 2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누적 금액 대비 540% 신장한 수치다.
지난 6월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 론칭 방송은 4분 만에 2000대가 팔려나가며 주문액 30억원을 달성했다. 10월 진행된 ‘로보락S8’ 판매방송은 주문금액 약 61억원을 기록, 150만원에 육박하는 상품이 4500개가량 판매됐다.
친환경 음식물처리기 브랜드 스마트카라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량 30만대를 돌파해 총 21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액을 달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규모는 2021년 2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에서는 간단하면서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간편식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2021년 2587억원에서 지난해 34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43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성비를 중요시하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관찰된다. 일본에서는 2022년 신조어로 시간대비 퍼포먼스를 의미하는 ‘타이파’(타임 퍼포먼스의 줄임말)가 등장한 바 있다.
중국 신조어 ‘란런경제’에서 ‘란런’은 바쁜 일상으로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고자 배달 음식 등의 서비스를 즐겨찾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란런경제 시장 규모는 2015년 593억 위안(약 10조8151억원)에서 2018년 5644억 위안(약 103조)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