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이 연초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경매는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는 총 5117건으로 전월(3910건) 대비 3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월(5407건)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대출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말한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아도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금리가 낮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2020년 전후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소위 ‘영끌족’들이 2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집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3만9059건으로 전년(2만4101건) 대비 62% 늘었다. 신청건수는 지난해 월평균 3000여건이었지만, 올해 1월 5000여건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경매 건수의 증가와 달리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낮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총 2862건으로 전월 2233건 대비 28.2% 늘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각각 38.7%, 83.2%를 기록했으며 평균 응찰자수는 8.3명이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작년 12월 125건에서 지난달 313건으로 45.6% 늘었다. 유찰을 반복하던 물건들이 어느 정도 소진되면서 낙찰률은 37.7%로 같은 기간 7.9%포인트 개선됐다. 낙찰가율은 작년 12월까지 두 달 연속 하향돼 80%까지 내렸다가 지난달 86.2%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유찰을 반복하는 물건들이 많아지면서 저가에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 낙찰률 및 낙찰가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물건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경매는 권리분석이나 명도 절차가 복잡해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여러 차례 유찰을 거쳐 시세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진 물건의 경우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전액 인수해야 하는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