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중모 강아지와 평범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이중 한 마리만 키워도 털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어쩌다 보니 두 마리 모두를 키우게 되어 ‘털 지옥’이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 털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한 청소와 꾸준한 빗질이다. 그러나 빗질을 할 때마다 수북히 쌓이는 털 뭉치와 여기에 합류하지 않고 공기 중을 떠다니는 털들은 늘 골칫거리였다. 빗질을 하면서도 고통이지만, 빗질 후 여기저기 흩어진 털을 모아서 버리는 것에도 꽤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빗질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신문지나 비닐을 깔고 그 위에서 빗질을 하는 방법은 반려동물이 가만히 있지 않아 실패했다. 강아지 털 정도는 야외에서 빗어볼까도 고민해봤지만, 민폐가 될 것 같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몸에 물을 뿌린 후 빗는 것이다. 강아지는 그나마 잘 참아줬지만, 고양이가 너무 싫어하는 게 문제였다. 또 물로 인해 손에 털이 들러붙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아예 빗에서 물이 분무되는 형태의 제품도 구매해봤지만, 물통이 작고 분무기 부분이 너무 자주 막혀 몇 번 쓰다 말았다.
아예 털을 빡빡 밀어버릴까를 진지하게 고민한 것도 여러 날이다. 그런데 털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털을 아예 밀어버리면, 짧은 털이 빠져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프다는 후기가 많아 이 방법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다 SNS에서 ‘흡입 미용기’라는 것을 발견했다. 집에서 셀프 미용을 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제품인데, 유선 청소기 헤드부에 이발기나 빗을 끼워 사용하는 형태다. 이발기로 털을 미는 동시에 청소기로 털을 빨아들이는 것이 해당 제품의 주요 기능이다.
필자는 이발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에 제품을 구매하기 전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국산 제품들은 대개 15만~20만원 정도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빗질만 하자고 이 금액을 쓰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도 몇 번이나 되짚어 봐야 했다.
하지만 빗질 후 털 뭉치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하나에 완전히 꽂힌 후였다. 결국 알고 있는 모든 온라인 쇼핑몰을 이 잡듯 뒤져 10만원 이하의 직구 제품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내돈내산 흡입미용기 실제 써보니…
그리고 도착 이후 2주 간 필자는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빗질 중 빠진 털들이 손 쉽게 정리된다는 점이다. 빗질 후 빗살을 내리면 헤드에 남은 털들이 가운데 구멍으로 흡입된다. 빗질을 하는 중에도 계속 흡입구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털도 많이 줄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털 빗기 난이도가 낮아지니 빗질 빈도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전에는 뒷정리까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날은 건너뛰기도 했는데 흡입미용기 사용 후에는 거의 매일 빗질을 하는 중이다. 빗질은 집의 청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위생과도 관련 있으므로 하루 한 번은 해주는 것이 좋다.
구성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가 구매한 제품은 브러쉬 2종 외에도 이발기와 길이별 이발기 가이드, 발바닥 털 제거에 활용 가능한 소형 이발기, 발톱 그라인더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털 제거용 반영구 돌돌이와 틈새 청소에 유리한 노즐까지 제공한다.
다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활용성은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빗질용으로 구매한 만큼 빗만 끼워두고 사용 중인데 간혹 틈새 청소 노즐은 간혹 책상 청소에도 활용하고 있다.
먼지통 용량은 1.5L로 넉넉하다. 필자는 위생 관리 차원에서 2~3일 주기로 비우고 통 세척해주고 있지만, 이중모 소형견 한 마리만 빗질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은 먼지통 비움 없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다만, 구입 전부터 걱정했던 소음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필자의 반려동물들은 평소에도 청소기 소리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도 굉장히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간식으로 무마할 수 있을 정도여서 빗질하는 동안 간식을 자주 먹이며 거부감을 낮추는 훈련 중이다. 물론 그만큼 간식을 많이 먹여야 하는 것 역시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