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마우나 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 그룹이 사죄문을 발표했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18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거듭 사과하며 안병덕 코오롱 사장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과 인명 구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오롱 측의 사과와 후속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건물 상태와 적설량에 대한 고려, 출입구 내지 비상통로 미확인, 주변 도로의 제설 상태 등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1주일 간 계속된 동해안 폭설의 영향으로 사고가 난 체육관 지붕에 30㎝ 가량 눈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면적 1㎡당 1㎝의 눈이 쌓이면 1.5㎏의 하중이 실리게 된다. 강당 전체 면적이 1,200㎡인 점을 감안하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 무게가 최대 162t이란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일반 콘크리드보다 눈의 하중에 약하다. 체육관을 관리하는 리조트 측은 지붕과 주변 도로의 제설도 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의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체육관 건물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채 안 돼,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치웠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사고 당시 초속 1.6m가 넘는 강풍과 함께 진눈깨비가 내린 탓에 체육관 출입구를 모두 닫은 채 행사를 한 것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다.
만약 비상구 수가 여러 개였거나 주출입구 이외의 문을 열어만 뒀더라도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게다가 그간의 폭설 영향으로 많은 눈이 쌓였지만 제때 치워지지 않아 주변 도로가 얼어붙어 있었던 것도 구조대가 현장 도착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 제설작업만 제때 이뤄졌어도 구조대의 접근이 보다 용이했을 것"이라면서 "해당 관리청이 (폭설에도) 무방비 상태로 놔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건축업계 전문가는 "사고 건물의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유지ㆍ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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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코오롱 측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난 체육관 건물은 2009년 경주시의 설립 승인을 받은 건물이다. 리조트 본동의 시공은 코오롱 그룹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구 코오롱건설)이 담당했지만 무너진 건물은 지역 건설업체 담당이라고 해명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마우나 리조트는 삼성화재를 간사로 해서 현대해상, LIG손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등 6개사가 담보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가입 보험은 재산종합보험으로 재물손해와 배상책임을 담보로 설정돼 있다.
이를 기준으로 마우나 리조트는 보험 관계사에 사고 1건당 최대 6억 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으나 인명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배상책임 담보는 1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억 원은 재물에 대한 보상액이다.
결국 마우나 리조트 붕괴 참사로 학생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친 것을 감안했을 때, 단순 계산만으로도 학생 1명당 보험금은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대규모의 다중이용시설들이 가입한 보험은 대부분 총 보상금액 10억 원 이상, 배상책임 보상범위는 3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마우나 리조트의 보험가입액은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
또한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재학생이 학교 공식행사 등에 참여해 사망할 경우 한 사람당 최대 1억 원, 부상자는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는 동부화재 학교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이 보험 역시 단일 사고에 대한 지급한도는 5억 원으로 한정돼 있어 113명의 사상자에 대한 원활한 보상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는 코오롱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 중이다. 현재 코오롱은 마우나오션개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6%, 이 회장이 24%를 보유 중이다.18일 이 회장은 사죄문에서 "이번 사고로 대학 생활을 앞둔 젊은이들이 꿈을 피우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데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비통함에 빠진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사고 원인 규명에 한 점의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참사 피해 유가족을 찾은 자리에서 보험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잘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라고 즉답을 피해 언론플레이라는 질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