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재판매사 해킹 의심…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1인가구 A씨는 부쩍 늘어난 스팸문자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는 “중요한 문자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어 알람이 울릴 때마다 확인하는데 그때마다 스팸문자여서 상당히 짜증난다”며 “어디서 정보가 털린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급격히 늘어날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A씨와 같이 스팸문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숫자로도 스팸문자 급증이 확인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 6월 1~17일 접수된 스팸신고는 2796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동기대비 40.6%나 증가한 것으로 하루 160만건 이상의 스팸문자 폭탄이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식투자, 도박, 스미싱 문자가 증가했다.
스팸문자 주요 발송 경로는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9일부터 이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문자 재판매사가 해킹돼 개인 연락처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 문자 발송은 통신사와 직접 연결망을 구축한 문자 중계사가 있고 그 아래 계약을 맺은 문자 재판매사들이 문자 발송을 원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문자를 발송하는 구조다. 현재 등록된 문자 중계사는 9곳, 문자 재판매사는 1184곳에 이른다.
즉 1184개의 문자 재판매사 중 일부 업체가 해킹을 당해 해당 업체에 등록된 연락처들이 유출되면서 스팸문자 급증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내달 정식 시행을 앞둔 개정 자본시장법을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문자 재판매사가 문자 중계사로부터 ‘전송 자격 인증’을 받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인증 받을 가능성이 낮은 재판매사들이 최대한 영업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 8월부터 정식 투자 자문업체가 아닌 경우 주식리딩방 운영이 불가해지는데 미등록 업체들이 규제 시행 전 최대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량 광고문자를 발송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 발표
늘어나는 스팸문자 막을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서비스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신종 범죄 수법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통신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문자 재판매사의 진입요건을 상향하고 현장조사 및 시정명령 등을 통해 사업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불법 스팸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수단인 대포폰 대량 개통을 차단하기 위해 동일명의 다회선 가입제한 기간을 현재 30일에서 180일로 연장해 연간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수를 대폭 축소한다. 개통시 신분증 확인방식도 텍스트 정보 외에 정부기관이 보유한 신분증 사진을 활용해 사진 진위 여부 판독까지 가능하도록 본인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범죄 의심 전화·문자를 수신할 경우 신고 방법도 간소화한다. 휴대전화 단말에 ‘스팸 신고’ 버튼을 도입한 데 이어 ‘피싱 가편 신고’ 버튼까지 도입해 신속한 신고 및 차단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위법 사용자의 차단되지 않은 회선·계정으로 추가 범죄가 발생되는 것을 발생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변작해 전화·문자를 발신한 경우 해당 회선뿐만 아니라 연결된 전화 회선·문자 발송계정 전체를 차단처리하는 등 전화번호 차단 정책도 강화한다.
다만 실효성 측면에선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이 스팸문자·전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이번 방안은 문자 재판매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