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이스(space)와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를 합친 용어 ‘스페이스덴티티’는 MZ세대의 경향 중 하나다.
MZ는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을 통해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MZ로 표현되는 젊은층은 '좋은 공간'을 아카이빙하는 계정을 운영하거나 팔로우하며, 남의 집인 전월셋집도 자비를 부담해 고쳐 살고, 취향을 드러내는 소품 등에도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카페, 맛집, 호텔까지” … 인스타 속 다양한 공간 아카이빙 계정 우후죽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여행지·호텔·맛집·카페 등 카테고리별, 성수·서촌·제주 등 지역별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그에 적합한 ‘좋았던 공간’을 큐레이션 한다. 콘텐츠 소비자는 자신의 관심사인 공간을 주로 업로드하는 계정을 팔로우하여 그에 대한 정보를 받아본다.
일례로 서울 종로구 일대의 ‘좋은 공간’을 큐레이션하는 ‘서촌에디터’는 인스타그램에서 6만 5천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광화문으로 통근하는 서촌 주민이다.
그녀는 서촌 피스타치오 맛집, 서촌 샌드위치 맛집 등 종로구 일대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고 이를 콘텐츠로 간략하게 푸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월셋집도 고쳐 산다 … 랜선 집들이 콘텐츠도 인기
공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MZ세대에게 “남의 집을 왜 고쳐 사냐”는 말은 옛말이 됐다. 젊은 층은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 임대인의 소유인 소위 ‘남의 집’도 고쳐 산다.
공무원 퇴사 후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유튜버 덱시는 ‘구옥 전셋집 셀프 리모델링’ 시리즈를 영상으로 업로드해 구독자들과 과정을 공유했다.
영상 속 그녀는 남의 집 벽에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화장실 바닥에 타일을 붙이고, 돈을 들여 주방을 리모델링한다. 낡은 구옥이 감각적인 유럽의 한 가정집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셀프 리모델링’ 영상에는 ‘집주인은 계 탔다’, ‘센스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과정뿐 아니라 완성된 집의 랜선 집들이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24년 7월 23일 기준, 완성된 그녀의 집을 보여주는 덱시의 ‘랜선 집들이’ 영상은 조회수 32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버 덱시는 ‘왜 전셋집을 돈 들여 고치냐는 질문’에 대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곳에 살고 싶다’며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행복을 더 자주 느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음을 내비쳤다.
29cm, 홈 카테고리 거래액 증가
취향에 따라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젊은 층의 모습은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29CM의 거래 품목 및 거래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29일까지 프리미엄 가구부터 홈 데코, 조명, 가드닝 등 다양한 스타일의 리빙 브랜드로 구성된 홈 카테고리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간보다 64% 이상 증가했으며, 홈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가구 품목’ 거래액은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89% 이상 성장했다.
홈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전년보다 37% 늘었으며, 특히 2539가 구매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의 호응이 컸다.
이중 공간 연출을 위한 ‘조명’과 ‘홈 패브릭’ 상품이 특히 높은 신장세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 외, 취향을 반영한 소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공간을 꾸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공간’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각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이러한 스페이스덴티티 트렌드로 앞으로 개성과 문화를 반영한 공간일수록 팬층을 확보해 더욱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