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반전세(보증부 월세) 계약시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전세대출보증’이 어려워진다. 그동안은 보증금 요건만 충족하면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액 반전세에 대해 전세대출보증 가입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주금공은 오는 30일 보증신청 건부터 전월세 전환율 6.0%를 적용해 재산정한 전세보증금을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실행하는 내용의 ‘전세자금보증 제도 변경 안내’를 공지했다. 

기존에는 수도권 기준 전세보증금이 7억원(비수도권 기준 5억원) 이하면 월세가 아무리 고액이어도 최대 4억원(일반 전세자금보증 기준)까지 보증을 내줬다. 전월세 계약 구분없이 단순히 임대인에게 예치하는 전세(임차)보증금만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보증의 가입 허용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제도 변경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주금공이 보증금만을 기준으로 고액 임대차계약에 전세대출 보증을 발급하는 것을 두고 “서민의 주거 안정 등 기금 운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발급된 전세대출 보증 건 중 2123건은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했을 때 수도권 기준 7억원 이하 조건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주택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계약 1519건 중 54.4%는 소득세법상 고가주택인 12억원을 넘는 주택을 대상으로 발급됐다. 

앞으로는 반전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전세대출보증을 신청할 경우 월세에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보증금을 재산정하기로 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6.0%이며, 반기별로 주금공이 재산정 할 수 있다. 

가령 수도권에서 보증금 3억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반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을 경우 여타 요건을 충족하면 현재는 주금공으로부터 보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월세 전환율 6.0%를 적용해 재산정할 경우 보증금은 9억원(300만원*12개월/6%+3억원)으로, 30일부터는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전세자금보증을 이용하고 있는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자금보증을 연장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제도 개편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보증금 한도를 7억원으로 하되, 월세 2년치 만큼을 보증금액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고액 반전세 대출을 제한한 바 있다. 보증금 6억원에 월세가 500만원인 경우 HUG 기준으로 보증금이 7억2000만원(6억원+500만원*24개월)으로 보증이 불가하다. 

 

‘황제 월세’ 차단에 갭투자 수요도 낮아질까 

이번 제도 변경으로 월세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을 임차하며 전세대출보증을 이용하는 소위 ‘황제 월세’가 차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갭투자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갭투자는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임차인을 받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임차인이 받는 전세대출은 구조상 리스크가 큰 만큼 보증기관의 보증 없이는 은행이 실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즉 보증금을 현금으로 마련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반전세로 고액아파트에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다만, HUG와 주금공 외 SGI서울보증보험에서도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주금공의 조치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SGI서울보증의 경우 전세대출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보증을 내어주고 있다. 

고액 아파트에 들어가는 임차인이 반전세 보증금을 조달하지 못해 전세대출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세는 수백만원씩 부담하면서 수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은 드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