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상장시킨다면 2조 원 넘게 벌어들일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그룹이 지주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를 통해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조만간 주관 증권사를 선정하고 공모 일정 확정 등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상장이 완료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장외에서 거래된 공식 가격은 182만~200만 원선이며 이 부회장이 62만7,390주를 갖고 있으면서 지분 25.1%로 최대주주다.
따라서 주식 1주를 200만 원으로 놓고 보면 이 부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1조2,548억 원에 달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의 9만3,068주(3.72%)와 두 딸 이부진ㆍ이서현 씨가 각각 20만9,129주로 8.37%씩을 갖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상장을 발표한 삼성SDS에서도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11.25%(870만 주)를 보유하고 있어 장외 주가 약 20만 원을 감안하면 1조2,8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SDS 기업가치는 지난해 삼성SNS와 합병 당시 주당 7만5,220원이었지만 합병과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SDS의 주가는 20만 원까지 상승했다.
결국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에 따라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주식으로만 2조5,400억 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확보됐다.
또한 에버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패션ㆍ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이 삼성 측의 공식 입장이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SDS에 이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은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상장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측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건강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지난 4월경에 이미 계열사 관련 상장 계획은 재가를 받았다"고 말하며 경영승계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싸게 사들인 바 있다.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들은 '자발적 권리'를 포기한 반면, 이 부회장 남매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사들여 논란이 일었다.
CB(Convertible Bond)는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당초 삼성에버랜드 CB 발행가는 8만5,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익이다.
하지만 2008년 삼성특검은 이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2009년 대법원에서 최종 편법증여 의혹에 대해 무죄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당시 계열사들의 '실권'과 저가발행에 따른 헐값 논란에도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한 이 부회장은 250배의 차익을 얻어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삼성그룹 측 관계자는 "삼성 관련 주식들은 대부분 발행시보다 200~300배 수익차를 내고 있다"며 "이미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을 재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