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소비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복합기나 정수기 등을 구매하지 않고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서 렌트하거나, 하나의 주택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로 거주하는 '쉐어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차량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숙박공유 등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면서 전세계 공유경제의 현재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성장 '카셰어링'..숙박공유 서비스도 추진
음식·재능 공유 등 해외의 다양한 공유경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닐슨이 세계 대륙 각지의 소비자 3만명을 대상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유경제 참여의향은 81%로 나타났다. 그 중 우리나라 소비자의 참여의향은 49%로, 북미(43%)·유럽(44%)보다 높게 나타나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물품·생산설비·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또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소비 개념이다. 즉 누구든지 '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유경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당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후, 지난해 차량공유 '우버'와 숙박공유 '에어비앤비'의 성공으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후 현재 200여개 국가에 진출해 200만개가 넘는 숙박업체를 보유하면서 지난해 9월 기준 세계 주요 스타트업 중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이 아닌 일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 줄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자는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는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과는 다른 분위기의 숙소에 머무를 수 있다. 또 일반 가정집이니만큼 세탁기·주방시설 등이 설비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도 공유경제 세계 시장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3350억 달러(한화 약 385조8195억원)로 전망하면서,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한 에어비앤비를 롤모델로 삼아 서비스 신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 2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유 민박업'을 신설해 주거중인 주택을 숙박서비스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민박업과의 형평성·공유경제의 취지 등을 감안해 일정 요건 하에 등록제로 운영하고 영업가능일수를 연간 120일로 제한하는 형태다.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카셰어링은 이미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카셰어링 기업 '쏘카'는 2012년 출시된 이후 지난 2월 기준 앱 다운로드 수 150만을 넘기면서 현재 2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100대로 시작했던 차량 대수도 이달 기준 5000대를 보유 중이며, 매출은 2012년 3억원에서 지난해 44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린카' 또한 현재 150명의 회원과 4000대의 차량을 보유하면서 2013년 65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220억원으로 상승했다.
다만 우버와 달리 운전자와 같이 차량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며 차량 또한 업체 소유이기 때문에 기존의 '렌터카'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24시간, 즉 하루 이상을 대여하는 렌터카와는 달리 카셰어링은 10분 단위로도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드라이브 등 짧은 거리를 이용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렌터카의 경우 대여할 때마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카셰어링은 회원가입만 하면 계약서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 이 외에도 서울시 기준으로 도보 2분 거리마다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차고지가 설치돼 있어 빠르고 편리하게 차량을 픽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유모차를 공유하고 스포츠카를 공유의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공유경제 포털까지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유경제로 널리 알려진 우버와 에어비앤비 외에도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27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ICT로 도약하는 가치중심 공유경제'에 따르면 2012년 설립된 'Eat With'는 집주인이 음식을 마련해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30개국 150개 이상의 도시에서 500명의 호스트(요리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6만명 이상의 게스트가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벼룩시장처럼 중고물품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다. 'Yerdle'은 많이 공유해야 많이 공유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매달 수천개 이상의 물건이 등록되고 있다. 현재까지 거래된 물품만 60만개를 돌파했다.
물질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재능을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
2008년 IBM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레아 부스케가 사소한 일을 도와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창업한 'Task Rabbit'은 3만명의 사람들에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거리의 종류는 청소·쇼핑·배송·짐나르기·옷장정리·줄서기 등 사소한 재능까지 가능하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