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은행을 대체할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먼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은행을 찾아가는 것 대신 집 근처의 편의점을 찾고 있다. 이러한 수요의 증가로 인해 편의점에 설치된 'ATM(자동현금입출금기)' 및 'CD(현금출납기)' 등의 금융 자동화기기 역시 보급이 활발해진 추세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편의점 내 ATM 수는 꾸준히 늘어나며 주요 편의점 업계의 경우에는 시중의 은행보다도 많은 ATM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 보급된 ATM과 CD의 수 또한 3만여 개에 달하며 편의점 업계간 수수료 면제 등 서비스 경쟁 역시 강화되며 수요 또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시중 5개의 은행 전체 ATM 수는 3만 46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만 4226개를 기록했던 2017년 말보다 10.98 %감소한 수치다. 그런가 하면 한국씨티은행은 ATM 수를 절반 이하로 대폭 줄였다. 2017년 상반기까지 435개의 ATM기를 운영했던 씨티은행은 2019년 상반기 174개까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편의점에 설치된 ATM은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편의점 선두 3개 기업인 GS리테일, CU, 세븐일레븐의 전체 ATM 수는 2만 877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은행 선두 3개 업체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합친 2만 636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더불어 편의점 업계들은 금융 업무 또한 추가하고 있다. 입금만 가능한 CD기를 줄이고, 입출금 및 공과금 납부가 가능한 ATM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점포 수 다이어트에 나선 은행업계와는 완전히 다른 추세로 접어든 것이다.
실제로 GS25는 2016년만 해도 ATM기가 1대도 없었으나 2018년 10월 말에는 3550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CD기는 9168개에서 7550개로 1600여 개 줄였다. CU 또한 CD/ATM기를 2015년 6300개에서 지난 2018년 1만여 개 까지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편의점들이 24시간 운영을 무기 삼아 은행 지점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이 은행업무에 손을 뻗은 것은 지난 2017년 2월부터이다. GS25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7개의 은행과 '수수료 0원' 제휴를 맺고 본격적으로 은행 업무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GS25의 ATM시를 통한 거래금액은 2018년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는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를 통해 2019년 11월30일까지 DGB대구은행의 소액 적금을 판매한다고 지난 2019년 11월 14일 밝혔다. 해당 상품은 이 상품은 DGB대구은행의 '내가 만든 보너스적금'으로 최고 금리 연 2.7%(변동 가능)의 상품이다. 포켓 CU에서 DGB대구은행 상품가입 페이지로 연결돼 입출금 계좌 개설부터 적금 가입까지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어 스마트폰에 친숙한 이들에게 알맞다.
편의점의 금융 서비스 확대는 은행과 편의점간의 제휴 관계가 깊어진 결과라고 추측된다.
이미 GS25는 신한, KB국민, 우리, 광주, 저축은행중앙회, SC제일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이용고객의 출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CU는 카카오뱅크와 대구은행, 유안타증권에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븐일레븐의 경우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 BNK부산은행 등 총 12곳의 금융기관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은행과의 이해관계가 부합한 것 역시 편의점의 금융 서비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점포 임대료가 폭등하고 관리비 부담이 커지자 지점을 축소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ATM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객접점을 위한 요소는 여전히 필요하다. 편의점은 주거지나 오피스 등 생활밀착형 매장이라 고객입장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이에 ATM기기 운영사, 편의점 등과 협의해 고객의 수수료를 자체 부담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편의점 ATM 이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일부 판매공간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게 되며, 자연스레 매출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