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내 성착취 범죄의 문제점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n번방 수사가 보다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텔레그램 탈퇴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텔레그램 측이 수사를 위한 개인정보 등 관련 부분을 제공하지 않자, 경찰 수사 협조를 압박하기 위해 시작됐다.
누리꾼들, 'n번방 텔레그램 탈퇴 총공'
지난 23일 트위터에는 'n번방 텔레그램 탈퇴 총공(총공격)' 운동을 격려하는 계정이 생겼다. 이 계정은 "오는 25·29일 오후 9시 텔레그램을 동시 탈퇴하는 운동을 진행한다"며 "탈퇴 이유는 “Nthroom-We need your cooperation(n번방-텔레그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할한 수사를 위해 텔레그램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텔레그램에 가입, 탈퇴 총공을 진행해 n번방의 실체를 알리고 수사협조를 요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해당 계정은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을 악용하는 사이버 성범죄자들이 증가하고 디스코드 등으로 이동하며 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국경 없는 범죄를, 국경 없이 수사하기 위해 전 세계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자발적으로 영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실체를 알리고 있다. 이 운동의 시작은 '보안이 철저하다'는 텔레그램의 특성 때문이다.
텔레그램 본사는 불법촬영물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2~3일 뒤에 해당 영상은 삭제하지만, 게시자에 대한 인적사항 요청에는 전 세계 모든 수사기관에 대해 침묵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난 23일 경찰 브리핑을 통해 밝혀졌다.
텔레그램 흔적 지우기 요청 봇물...삭제 불가능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가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최근 포털 사이트 등에는 '텔레그램 탈퇴'를 검색하는 이용자가 급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경찰이 텔레그램 불법 성착취 영상 소지자와 유포자 등도 수사 선상에 올려 놓자 텔레그램 흔적 지우기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조주빈 등 n번방 관련자들이 검거되면서 온라인 사이트 상에서 'n번방' 참여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텔레그램 흔적 지우기' 등 관련 문의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한 인터넷장의사나 디지털 장의사(의뢰인의 온라인 정보와 게시물, 사진 등을 삭제하는 사람들)에게도 '텔레그램 기록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들 전문 업체에 따르면 텔레그램 기록을 지우는 것은 일반 업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지난 23일 MBC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와 인터뷰에서 "미국 NSA(국가안보국)나 FBI(미국 연방수사국)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보안업체에서 기술적으로 텔레그램 캐시 서버에 들어가 접근기록을 삭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기록을 삭제하고 싶은 n번방 회원들의 심리를 이용한 오픈채팅방이 우후죽순 생기며 성행하고 있다. 문의 내용은 주로 'n번방 내역을 지워줄 수 있냐','아동청소년음란물이나 불법촬영물 다운로드 기록 삭제할 수 있냐'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오픈채팅방들은 텔레그램 대화방 참여자의 불안 심리를 노린 사기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다른 피해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