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거리에서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이 들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됐다. 고속버스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트로트가 이제 일상 속으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추세다. 과거 '뽕짝'이라 불렸던 트로트는 이제 완전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트로트의 인기는 수치로도 알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지니뮤직이 자사의 서비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19년 2월~2020년 1월까지 1년간 전체 상위 200위 권에 트로트 장르의 음원이 진입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지니뮤직의 트로트 장르 스트리밍 이용 수 또한 2018년 대비 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자료를 월별로 분석해 봤을 때 트로트 장르 스트리밍의 이용 수는 '미스트롯' 방영 및 유산슬 데뷔 시기 등과 맞물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트로트의 열풍이 방송가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2019년 1월 트로트 음원 소비 증가율은 2018년 대비 70.6%로 높았지만, 2월에는 42.6%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어 5월에는 108%까지 증가했다. 2019년 5월은 TV조선의 미스트롯이 방영된 시기였다.
이어 트로트 음원 소비는 다시 내리막세로 하향했지만, 2019년 9월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에서 방송인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서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데뷔 무대를 펼치며 다시 한 번 소폭 상승했다. 9월에는 56.2%까지 떨어졌던 트로트 음원 소비율이 10월에는 69.40%, 12월에는 71.0%까지 오르며 70%대를 넘어선 것이다.
SNS에서의 트로트 관련 언급량만 보더라도 트로트의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데이터커맨드센터가 지난 2019년 1년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트로트에 대한 온라인상의 언급량은 2018년 13만 6250건에서 2019년 24만 4150건으로, 총 1.8배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서도 미스트롯과 유산슬의 데뷔 시기가 적절히 맞아떨어졌다. 미스트롯이 방영된 2019년 3월~5월, 놀면 뭐하니?:뽕포유가 방영된 2019년 11월~12월 트로트에 대한 온라인 검색잉 급증한 것이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대의 다양성이었다. 중・장년층이 즐길 것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2030세대의 반응이 뜨거운 탓이다. 실제로 이노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의 트로트를 검색한 연령대는 20대(34%)와 30대(28%)가 검색량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뒤를 이어 10대(10%)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연령과 상관없이 전 세대가 모두 트로트에 빠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뽕짝이라 불렸던 트로트가 까다로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시간에 TV 시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의 경우 응답자의 98.3%(복수응답 가능)가 휴식활동으로 TV 시청을 즐기고 있었다. 뒤를 이어 ▲70대 이상 97.6% ▲40대 97.4% ▲50대 97.0% ▲30대 96.0% ▲15~19세 95.8% ▲20대 95.0% 등 전 연령대에서 TV시청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타겟으로 하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들은 트로트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를 투영하고,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때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이 제작되며 색다른 트로트 무대를 선보였다. 경연자들은 댄스나 EDM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되며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게 다가왔으며,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10대~30대의 경우에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빠지게 됐고, 이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방송인 유재석까지 트로트 세계에 뛰어들자 이에 열광하게 됐다. 더불어 미스트롯 이전부터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등을 즐겨 듣던 이들은 정통 트로트에도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팬심'마저 끌어올렸다. 아이돌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막강한 팬덤이 미스트롯 이후에는 트로트 가수에게 나타난 덕분이다.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을 '덕질' 하는 '어게인'이 등장한 것은 물론, 최근 방영했던 미스터트롯 이찬원의 팬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약 1500만 원을 대구 영남대병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은 '영웅시대'라는 팬덤을 지녔다. 이들 역시 지난 3월 18일, 대한적십자사에 국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억 4541만 7940원을 기부했다. 약 5일 동안 총 4498명의 팬클럽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한 금액이다.
이처럼 10대와 20대의 전유물이었던 팬덤 문화가 중장년 연령대로 확대됐으며, 이들로 하여금 활발한 팬덤 문화를 이끌어낸 것이 트로트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트로트의 인기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와 '팬슈머' 등의 트렌드까지 적절히 버무린 결과다.
실제로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의 확산에 대해 "우리 국민이 좋아할 만한 노래 장르인 트로트에 새로운 형식의 무대, 퍼포먼스가 결합하며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트로트를 접할 기회까지 많아지며 트로트 확산에 도움이 된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