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 중 하나는 트로트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젊은 세대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방송가 또한 뉴트로 열풍에 발맞춰 추억에 기반한 예능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KBS Joy 신규 예능 '이십세기 힛트쏭'은 올드 케이팝을 소환하고 재해석해 대중이 원하는 뉴트로 가요의 갈증을 해소하는 신개념 뉴트로 음악 차트쇼다. 1990년대에 방송된 '가요톱10'의 방대한 자료는 물론, 현재 방영중인 '뮤직뱅크'까지 대한민국 가요사가 고스란히 담긴 8~90년대 음악 콘텐츠를 재소환해 신개념 차트로 소개한다.
음악 퀴즈쇼 Mnet '퀴즈와 음악사이'는 1990~2000년대 추억의 노래를 듣고, 그 노래와 관련 있는 문제를 맞히는 프로그램이다. 그 때 그 시절 음악 방송 무대, 연예 뉴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어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볼 수 없었던 Mnet만의 진귀한 영상 자료들을 대방출한다.
뉴트로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향수를 가진 세대와 이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모든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최근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 예능들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송가인과 유재석을 주축으로 달아오른 트로트 열풍은 새로운 복고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뉴트로' 트렌드와 맞닿아있다. 단순히 과거 세대들의 장르로 평가되던 트로트는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린 가수가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 유재석의 부캐릭터 유산슬의 등장은 젊은 세대가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트로트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공연업계 역시 트로트 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시작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열기는 뜨겁다.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는 예매 개시 10분 만에 2만여석이 매진됐는데 인터파크에 따르면 ‘내일은 미스터트롯’ 주요 예매자의 43.3%가 20대였다. 이는 트로트가 중장년층만 선호하던 장르에서 전 연령대가 즐기는 장르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트로트 붐은 오팔 세대의 문화적 파워를 보여준다.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1958년생이자 문화적 소비력이 왕성한 신노년층,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가 주요 문화 콘텐츠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0 트렌드'중 하나로 지목한 오팔 세대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특성을 보이며, 주로 문화 측면에서 활발한 소비력을 과시한다.
이제 중장년층이 음원 사이트에 무한 스트리밍을 돌리고 응원봉과 슬로건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데일리팝=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