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적절한 '불편함'을 파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브랜드 이거 아니?] 적절한 '불편함'을 파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 이지원
  • 승인 2020.05.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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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 (사진=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IKEA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이니셜
캄프라드가 유년 시절을 보낸 농장 엘름타뤼드(Elmtaryd)
캄프라드의 고향(Agunnaryd)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는 스웨덴의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는 1943년, 17살 스웨덴 청년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손에서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홈퍼니싱 제품을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고 싶다는 캄프라드의 생각에 볼펜과 지갑은 물론 스타킹까지 판매하며 다채로운 물건이 판매되곤 했다.

초반에는 가정용품을 주로 취급했으나 1947년부터는 가구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이후 가구에 대한 호응이 날로 높아지자 1951년부터는 동네 목수들이 제작한 가구를 판매하거나 가구를 디자인하는 등 가구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기 유럽의 가구 시장은 소규모의 가구점이나 대형 백화점 위주로만 형성된 것이 보편적이라 가격이 비싼 한편 선택의 폭도 좁았다.  특히 신혼부부의 경우 가구의 한 번에 가구의 가격을 지불하지 못했으며, 할부로 신혼집에 놓을 가구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신혼부부가 높은 이자를 지불해가며 가구를 구매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캄프라드는 가구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고민 끝에 그는 도시 외곽에 매장을 내며 임대료를 줄이거나 조립식 가구를 판매는 등의 노력으로 포장과 운송·창고비용을 절감했다. 

모든 위기를 기회로 바꾼 캄프라드지만, 그의 선택이 단번에 이케아를 성공의 길로 이끈 것은 아니다. 작은 홈퍼니싱 기업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린 이케아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케아의 첫 번째 카탈로그 (사진=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이케아의 가구, 직접 보세요!"
카탈로그&쇼룸

카탈로그와 쇼룸은 이케아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이자 효과적인 광고 수단으로 손꼽힌다. 카탈로그는 고객이 쉽게 가구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이케아의 가구들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카탈로그와 쇼룸이 처음 만들어진 계기는 눈물없인 들을 수 없다. 그들은 어떻게 이러한 마케팅 방식을 생각하게 됐을까. 

시골의 작은 마을에 있던 이케아는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던 탓에 도시의 많은 이들은 이케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에 캄프라드는 '카탈로그 배포'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캄프라드는 카탈로그 내부에 제품의 사진과 가격정보 등을 담아 브랜드 홍보에 나섰으며, 실제로도 카탈로그 배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케아 최초의 쇼룸
이케아 최초의 쇼룸 (사진=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하지만 카탈로그 홍보에 성공하자 또 다른 어려움에 안착했다. 카탈로그에 적혀 있는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탓에 가구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이케아는 또 다른 대책을 고안해냈다. 이케아의 가구 품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직접 가구를 보며 믿을 수 있게끔 '쇼룸'을 만들었다. 

캄프라드는 작업실을 개조해 최초의 쇼룸을 만들어냈으며,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직접 가구를 보고 섬세하게 배치돼 있는 것을 보며 이케아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쌓을 수 있었다. 

과거에 이어 현재까지도 이케아의 카탈로그와 쇼룸은 활발하게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특히 카탈로그의 경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카탈로그를 앱으로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앱 'IKEA PLACE'는 본래 카탈로그의 기능처럼 가구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핸드폰을 이용해 자신의 방에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는 AR기능을 탑재했다.

이케아 플레이스 앱을 통해 이케아에 방문해 본 적 없는 소비자들에게도 이케아 특유의 '체험 마케팅'을 선보여 이케아에 대한 흥미를 사게 하고, 기존 고객들에게도 미리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도록 하며 실제 구매로까지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IKEA에서 LÖVBACKEN(뢰브바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LÖVET' 모델 (사진=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이케아의 체험 마케팅,
"불편함을 팝니다"

소비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을 마련할 수 있게끔 이케아는 많은 노력을 했다. 캄프라드는 "우리는 가장 저렴한 매장이어야만 한다"는 말을 남겼을 만큼 그는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이케아가 고안해 낸 방법이 '플랫팩' 가구다. 조립형 가구를 뜻하는 플랫팩 가구 판매 방식은 1956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이케아의 차별화 된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들은 당시 이케아 직원 덕분에 이러한 방식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시 이케아의 직원이 'LÖVET(뢰베트)' 테이블의 카탈로그 제품 촬영 후 차 트렁크에 가구를 넣으려 했지만, 차가 너무 작은 나머지 다리가 걸려 넣을 수 없었다. 이에 직원은 다리를 분리에 차를 싣게 됐다. 

이 장면을 목격한 캄프라드와 디자인 팀은 이케아의 가구들을 탈부착이 가능한 조립식 가구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조립식 가구는 단순히 운송방식을 간단하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포장·운송·보관 등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케아의 철학인 저렴한 가격과도 완벽하게 부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케아의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앱스토어 'IKEA PLACE' 앱 설명란에서 캡처)
가구를 직접 배치해 볼 수 있는 이케아 플레이스 앱 (사진=앱스토어 'IKEA PLACE' 앱 설명란에서 캡처)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과정에는 많은 섬세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케아는 플랫팩 가구 판매를 통해 현재 '가구계 공룡'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플랫팩 가구는 당시 가구 시장에 있어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전례없던 시도에 소비자들은 흥미를 느꼈으며, 저렴한 가격 역시도 매력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더불어 조립 후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실제로 조립하는 과정에 내가 만든 가구라는 애착이 들게 했으며, 특별한 경험 역시 누릴 수 있었다.

직접적인 경험과 가격면의 우의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직접 조립에 참여하고 가구를 사용하는 과정에 있어 소비자들은 이케아라는 브랜드의 일부가 되며, 브랜드의 신뢰도 역시 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케아는 뚜렷한 마케팅 정책을 선보이며 해외 진출 역시 빠르게 해치웠다. 첫 매장을 개설한 지 10년이 조금 넘은 1963년, 노르웨이에도 첫 해외 매장을 연 것이다. 이후 덴마크와 스위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1970년대에는 미국에도 매장을 차리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1974년부터는 아시아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케아는 1974년 일본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한국에도 자리를 잡았다. 오픈 후 몇 달 동안은 매장에 들어가려는 자동차들로 인해 주변 교통 역시 마비될 정도였다. 한국 소비자들의 '가성비'를 충족하는 이케아의 가구 판매 전략에 2019년에는 연간 매장 방문객 850만 여 명, 매출액은 약 500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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