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재택격리 명령, 음식점·클럽 등에서의 집단 감염을 두려워하는 분위기에 세계적으로 홈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병이나 캔 등에 담겨 가볍게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음료가 맥주를 대신해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2030세대, 맥주보다 이것...레몬사와 열풍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레몬 사와' 열풍이 불며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레몬 사와'는 소주와 탄산수를 섞은 뒤 과일 향을 낸 알코올 음료를 말함다. 도수를 조절할 수 있어 술이 약한 사람까지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레몬 사와가는 1960년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을 위한 술로 시작했다. 이후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예쁜 모습과 함께 도수가 낮으면서도 상큼한 맛으로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전성기를 맞았다.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자 레몬 사와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술집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레몬 사와의 베이스가 되는 술이나 부재료(꿀, 소금 등)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여기에 레몬 사와의 인기는 RTD 음료 시장으로도 번져나갔다.
RTD 음료는 (Ready to Drink) 캔, 병, 페트 등에 담겨 바로 마실 수 있는 알코올 음료를 의미한다. 단, 맥주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주요 주류 업계는 이미 레몬 사와 RTD 시장에 진입해 있다.
특히 산토리는 2018년 2월 레몬 사와 원액을 출시해 메가 히트를 쳤다. 얼음, 소다수 등으로 희석해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사와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출시 후 6개월 만에 연간 목표의 약 10배의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캔제품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산토리 측은 인기 비결에 대해 "일본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맛이 달달한 맛에서 술집에서 마시는 레몬 사와처럼 상쾌한 맛으로 변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올해 산토리는 30~60대의 남성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높은 고알코올(도수 9%) 제품을 신규 투입해 라인업을 확충했다.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20에 따르면 RTD에 대한 선호도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뚜렷하다. 20~30대는 최근 1개월 내 집에서 가장 많이 마신 술로 맥주가 아닌 RTD를 꼽았다. 40~50대는 맥주를 가장 좋아하지만 RTD가 2위를 차지해 이들 역시 RTD 시장의 유망한 소비자군이다.
코카콜라도 레몬 사와의 인기를 깨달으면서 132년 만에 무알콜 음료 만드는 전통을 깨고 '레몬당'이라는 이름의 레몬 사와를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4가지 도수(3%, 5%, 7%, 9%)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특히 코로나19발 '홈술·혼술' 증가로 레몬 사와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레몬 사와의 시장 점유율은 40% 정도로 압도적이다. 코로나19로 새로운 고객층이 유입되면서 재료를 섞을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제품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대용량 주류 구입·RTD 칵테일 인기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명령 등으로 미국 가정의 술 소비가 증가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온라인 구매와 대용량 주류 구입 선호 등 소비 성향의 변화를 보였다. 또 편리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RTD 칵테일의 인기가 눈에 띈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비즈니스 폐쇄가 시작된 3월 셋째 주 미국의 주류 소매 매장 매출은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주류 매출은 같은 기간 252% 증가에 이어 4월 말 전년대비 477% 증가를 기록하며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코로나19로 바와 식당에서 주류 이용이 제한되자 주류 포장 주문이 증가했다. 매장 식사가 금지되고 포장 및 배달 주문만을 허용해 레스토랑이 다양한 배달 옵션을 제공하자 소비자들이 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또 다른 변화는 대용량 주류 수요의 증가다. 특히 와인과 증류주의 대용량 주류의 매출 증가가 높았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 3~ 4월 박스포장 와인 매출은 44% 증가했으며 1.75ℓ 증류주 매출은 약 24% 증가했다. 맥주도 소용량보다 30개입과 24개입 대용량 제품 매출이 각각 20.9%, 19.8% 증가했다.
특히 재택격리 기간동안 미리 혼합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to-Drink) 칵테일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이는 주로 식당·바 등에서 마실 수 있던 칵테일이 코로나19로 맥주처럼 캔에 포장된 RTD 형태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RTD 칵테일 선두주자 중 하나인 Cutwater Spirits의 3월 매출은 전년대비 70% 성장했다. RTD 와인칵테일 브랜드 Ramona의 경우 3월 7일부터 4월 7일까지의 매출이 전년대비 232%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류 산업 컨설턴트 인터뷰에 따르면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RTD 칵테일을 선호하는데 탄수화물이 적고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 낮은 알코올 도수로 가볍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RTD 칵테일 인기의 원인을 설명했다.
RTD 칵테일은 바에서 마실 수 있는 고급 칵테일의 대체품이 될 수 없으나 냉장고에 두고 손쉽게 마실 수 있는 편리성이 큰 장점이다. 코로나19 기간 RTD 칵테일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향후에도 다시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
(자료=코트라 임소현 뉴욕무역관 '미국,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의 주류 소비 증가', 김지혜 나고야무역관의 '변화하는 일본 주류 시장, 2030은 맥주보다 이것!'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