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족이라고 문화생활을 못 즐긴다는 건 완전 편견이죠. 요즘 혼족들은 영화, 전시회, 소풍에 연극까지도 홀로 즐기니깐요. 그런데 특히 연극은 홀로 보기 민망하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심심할 때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에 딱인데다가 지친 생활의 힐링도 주는 연극을 홀로 누리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자유로운 문화생활이 힘들지만 혼자 봐도 재밌는 연극들을 소개할테니 상황이 좋아지면 나만의 문화생활을 즐겨보세요! 

대학로에는 정말 많은 공연이 있어서 무슨 극을 볼지 고민이 많으시죠? 특히 홀로 공연을 보러 갈 때면 같이 고를 사람이 없어 더 고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봐도 재밌었고 지인들도 강추한 몇 개의 공연을 장르 별로 추천하려고 해요.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순 있으니 여러분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 각 장르별 공연 한 개씩을 추천드리니 그중에 하나라도 취향에 맞길!

 

1. 힐링: 뮤지컬 ‘빨래’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다양한 지역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여자, 남자, 젊은이, 노인, 한국인, 외국인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의 멜로디와 가사가 정말 힐링이 되었던 공연이에요. 특히 혼족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이유는 홀로 사는 사람들의 설움과 고충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저도 서울살이에 적응하고 있지 못할 때 공연을 봤는데 정말 힐링받았답니다.

 

2. 로맨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여주인공이 결혼하라는 아버지 등쌀에 첫사랑을 못 잊어서 남자를 못 만나겠다는 얘기를 해서 결혼중개업체 직원인 남주인공과 함께 첫사랑인 ‘김종욱’을 찾는 내용이랍니다. 여주인공의 첫사랑 회상과 남주와의 케미에서 오는 설렘이 흥미진진해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그리고 멀티맨의 연기로 극이 진행되는데 멀티맨의 익살맞은 연기도 ‘김종욱 찾기’의 한 묘미죠. 혼족들에게 ‘김종욱 찾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로맨스에 코믹, 노래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3. 코미디: 연극 ‘오백에 삼십’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돼지빌라에서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살면서 벌이지는 이야기와 의문의 살인사건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연극이랍니다. 혼족들에게 연극 ‘오백에 삼십’을 추천하는 이유는 앞서 추천한 ‘빨래’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원래 살던 곳에서 나와 타지역에서 홀로 살고 있는 혼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능청스런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와 신선한 개그에 정신없이 웃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힘든 일상에 축축 처지는 나날을 보내고 계신 혼족들에게 연극 ‘오백에 삼십’을 강추드립니다!

 

4. 신박: 연극 ‘쉬어매드니스’

쉬어매드니스라는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과, 손님 4명 사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바로 위층의 피아니스트가 사망합니다. 그리고 용의자는 쉬어매드니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죠.

 

2막부터는 본격적으로 추리가 시작됩니다.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관객 참여형 연극입니다. 관객들이 배우들을 심문하고 의심 가는 사람을 투표하죠. 그래서 혼자 연극을 보러 가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공연입니다. 계속 무대와 소통하기 때문에 혼자 외로울 틈이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관객들의 투표와 심문에 따라서 엔딩도 바뀌기 때문에 이 점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코로나가 심한 상황에서 연극가도 많이 타격을 받았던 공연계인 만큼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답니다.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은 절대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 건 기본이고, 입장할 때 QR 체크인, 발열 체크, 손 소독까지 철저하게 한답니다. 안내문을 읽어보면 극장 소독도 주기적으로 한다고 하네요.

 

공연장 앞에 있는 팜플렛도 챙겨봤어요. 쉬어매드니스는 팜플렛, 티켓, 소품, 공연장 하나하나가 다 정성스럽게 만든 티가 났어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왔다면 공연장을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로 들어갔을 텐데 혼자 가니 여유를 가지며 이곳저곳 둘러볼 수 있었답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친구, 가족, 연인과 온 분들이 많았지만 저처럼 혼자 보러오신 분도 있어서 괜히 내적 친밀감이 들었네요. 

 

대학로 혼밥 핫플

 

대학로에 가서 연극만 보고 오기 아쉬우니 혼밥하기 좋은 식당도 추천해드릴게요. 사실 이유식당, 베트남노상식당이라는 식당을 혼밥 식당으로 애용하지만 제가 쉬어매드니스를 본 날은 일요일이었기에 두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답니다. 그래서 다른 식당을 방문했는데요. 저는 프랜차이즈 식당이고, 2층에 있는 ‘홍대개미’에서 혼밥을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한산한 편이었어요. 프랜차이즈 식당의 장점은 대부분 이렇게 자리가 넓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편한 자리에서 식사할 수 있었답니다.

홍대개미 대학로 점은 매일 11시 30분에서 21시까지 영업을 하고 15시 30분부터 17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에요. 쉬어매드니스 공연장과 두 블록 떨어져 있어서 얼른 먹고 공연을 보러가기 좋았답니다. 

 

코로나19예방을 위해 모든 손님들은 음식을 섭취하기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요. 또한 들어갈 때 QR 체크인과 손 소독도 필수랍니다. 제가 오늘 먹을 메뉴는 간장새우 덮밥이에요. 홍대개미는 큐브 스테이크덮밥, 연어 덮밥, 냉모밀, 대창 덮밥과 같은 다양한 메뉴들도 많답니다. 오늘 먹은 간장새우 덮밥도 괜찮았는데 저는 대표메뉴인 큐브스테이크 덮밥을 가장 추천할게요.

 

간장새우 덮밥은 간이 딱 맞고 새우도 탱글해서 맛있었어요. 락교, 단무지, 명란마요소스, 새싹을 덮밥과 같이 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새우 양이 적어서 밥이 많이 남는다는 점. 여기서 전 혼밥의 장점을 맘껏 발휘했답니다. 남은 밥에 남은 마요 소스, 새싹을 비비고 기본 반찬인 잘게 썰은 김치를 비벼서 즉석 김치비빔밥을 해 먹었거든요. 아마 동행인이 있었다면 그냥 맨밥을 먹었을 텐데 혼자 있으니 집에서 먹는 것처럼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어요.

 

제가 홀로 대학로에 놀러 갔다 온 후기는 여기까지! 동행인과 함께 시간을 맞추고 얘기를 해야 할 정신적 여유가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홀로 스트레스는 풀고 싶을 때 혼자 대학로에 훌쩍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