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은 역시 동물병원이다. 비교적 수명이 짧고, 사람과 다른 생물학적 특성 등으로 인해 조금만 이상 징후가 보여도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진료비다. 기존에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로 인해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내야 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해왔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높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역 내에서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진료과목별 부담했던 진료비를 공유하는 것은 반려인들의 오랜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굳이 커뮤니티를 거치지 않아도 동물병원 진료비를 알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 수의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든 동물병원은 내년 1월 5일부터 예상되는 수술 비용을 동물 관리자에게 반드시 미리 알려야 한다.
또 2명 이상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의 경우 진찰, 입원, 백신접종, 전혈구 검사, 엑스(X)선 검사 등 진료항목의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 단 수의사 1명이 운영하는 경우 2024년 1월 5일부터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 된다.
진료비를 게시하지 않거나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게시하는 동물병원에 대해선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초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차 미이행시에는 60만원, 3차 미이행시에는 90만원을 부과한다. 단 소, 말, 돼지, 염소 등 가축에 대한 출장 진료만 하는 출장 진료 전문병원은 예외로 한다.
내년부터는 전국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한 진료비 전수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역별 최저, 최고, 평균 진료비용을 분석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4년부터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질병명, 진료항목 내용과 진료절차의 표준을 담은 ‘동물 진료에 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단계적으로 고시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병원마다 질병명 및 진료항목이 달라 편차가 컸던 진료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모든 동물병원은 수술을 비롯한 중대진료 전 동물 관리자에게 ▲진단명 ▲진료의 필요성과 방법 ▲발생 가능한 후유증 등을 말로 설명해야 한다. 중대 진료의 범위는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내부 장기·뼈·관절 수술과 수혈 등이 해당한다.
동물 관리자는 수의사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명을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9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동의절차 진행으로 인한 진료 지체로 동물의 생명이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먼저 진료한 뒤 사후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