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지난 4일 '욕설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5일이 지난 9일에서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간 무엇을 했을까? 취재기자들의 입을 빌리자면 무조건 "아니다"라는 발뺌과 '영혼 없는 변명'으로 결론은 전국적인 불매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사과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벌인 것.
하지만 5일 동안 벌어진 일과 '갑의 횡포'에 대한 그간의 '라면 상무'나 '주차 회장' 사례를 비춰본다면 해답은 미리 나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차장에서 난동을 부린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처럼 자신의 실수로 직원들의 직장까지 날려버리면 더 곤란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실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대리점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아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제3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대리점은 본사 직영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일종의 도매업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이번을 기화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여타 유업 관련 회사들의 지극한 관심도 요구되고 있는 바, 후속 조치 또한 자명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9일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서울 중구 엘더블유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진심으로 고객 숙여 사과드린다"며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 인정하며,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대책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갑을 관계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목표 수립 시스템과 (발송 물품에 대한) 반송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고충이 경영진에 즉시 전달될 수 있도록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를 운영하고, 대리점 인센티브와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을 2배 늘려 연간 500억 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 마련과 대리점 자녀 장학금 지원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갈등 관계에 있는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하여 경찰 고소를 취하하고 화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보고 또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비난을 쏟아낼 수 있다. 또한 최근에 불거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전동수 사장의 "돈만 잘 벌면 된다"는 발언 논란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루 전인 8일 삼성전자가 매번 발생되는 사고에 내부에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형식적인 사과와 이어지는 사고 상황에서 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이건희 회장까지 일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갑의 횡포'는 여타 업계에서도 늘상 자행되고 있어…
이러한 결과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주식 처분으로 읽혀지는 꼼수로도 비난이 확산됐다. 공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6583주를 장내 매각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금화한 금액은 약 72억 원. 욕설 파문 직전 지분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에 8일 현재 남양유업 주가(100만3000원)와 비교하면 시세차익은 6억 원을 웃돈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파장과 관련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다른 유제품 회사들의 실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2월 서울우유에서 판매하는 요구르트에서 이물질로 의심되는 물체가 나오자, 해당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 제보자를 상대로 심리적 위협을 가했다는 의혹이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불량식품을 이른바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우유 측은 감독당국의 공장실사 등 불이익을 우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밀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당시 식약청에 이물질 신고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이어졌다.
또 지난해 말 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눈금자를 이용하는 매일유업과 기계식 계량기인 플로우 미터로 원유를 측정하는 다른 유업체 간 집유량에서 차이가 나 이의를 제기한 한 낙농가가 매일유업으로부터 거래중단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앞서 경북 경주에서 낙농업을 하고 있는 박모 씨는 측정기구의 차이로 인한 피해 원유가 하루 30~40kg, 심할 때는 100kg가 넘을 때도 있어 20년 간 발생한 피해액만 하더라도 최소 2억 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일유업은 눈금자 사용에 대해서 "눈금자 사용은 해당지역 낙농가가 원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플로우 미터 설치를 추진했었으나 지역 낙우회(낙농가 모임)의 설문조사 결과 낙농가들이 눈금자 측정을 요구해 무산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산공장에 납유하는 낙농가들이 자의로 눈금자를 원했다는 것 또한 이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한 낙농가는 "낙농가가 유업체에 비해 약자이기 때문에 거래선을 끊길까 두려워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유업 측은 "시에서 판단 내린 오차율은 허용 오차 수준"이라며 경주시도 눈금자의 측정값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낙농가들의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