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향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금리가 낮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지난 9월 27일부터 일반형 공급을 중단했음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는 여전한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4%대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말한다.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서민·실수요자 이자부담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시됐다. 당국은 이 상품을 1년간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 또는 일시적 1주택자에게 대출일부터 만기까지 안정적인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이다. 가구 내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며 대상 주택 가격은 6억원 이하로 제한되며 최대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혼합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며 적격대출은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가리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시적 2주택자를 대상으로 9억원 이하의 주택에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로 적용돼 대출한도 5억원 내에서는 시중은행의 주담대보다 더 많은 규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소득기준을 아예 없앴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으로 꼽혔다.
또 주택 구입뿐만 아니라 기존 상환, 보전 등의 용도로도 자금을 빌릴 수 있게 지원했다. 변동금리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경우 대환 목적으로도 이용 가능하며 집값 하락으로 인해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줄 임차보증금이 부족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도 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출시 첫 날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온라인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 지연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HF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 금액은 40조5284억원(16만7767건)으로 출시 8개월 만에 공급목표액 39조6000억원을 조기 달성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난 8월 처음으로 이 상품의 금리를 올린 바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도입 목적에 맞지 않는 고소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넉 달째 지속되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일반형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하는 우대형만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조건이 한층 강화됐음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해당 상품이 1년간 한시 운영되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막차를 타야 된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것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의 금리 수준은 연 4.25~4.55%로 은행보다 2%p 이상 낮다.
문제는 특례보금자리론이 HF와 채권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HF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특례보금자리론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보다 MBS의 발행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아 특례보금자리론의 취급이 늘수록 HF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MBS 발행 규모는 1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원) 대비 207.4% 증가했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이 MBS 발행 증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9월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4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MBS 발행 규모 증가는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신용도가 좋은 MBS가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도 신용도가 높은 한국전력채권과 은행채에 채권시장 수요가 쏠려 일반 회사채 소화가 느려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