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연일 관련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방책에 ‘일반인 희생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사고 직후 온 국민의 관심이 꽃도 피기 전 명을 달리한 학생들에게 쏠린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이를 수습해야 할 정부마저 똑같은 국민을 두고 차별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2일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무관심에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다.세월호 침몰 추모공원에 일반인 희생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터무니없는 발언이 불을 붙였다.
이날(22일)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에 안치될 대상을 단원고 학생과 교사로만 한정하고,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희생된 일반인과 승무원들의 명예,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줄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한 명은 “너무 어이없게도 환갑 기념 여행을 가신 어머니를 잃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갈 용기가 없어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단 한 명도 지난주 있었던 청와대 면담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발표한 지원 대책은 유족 범위도 한정적이고, 임시 방편에 그쳐 소용이 없다”며 “일반인 유가족들도 의료 지원팀과 금융 지원팀 등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들은 교육 연장선에서 참사를 당했지만, 일반인 및 승무원들은 교육 목적이 아닌 생계, 여가 목적이 탑승이었다”는 일부 정부 관계자의 책임 회피 취지 발언도 일반인 유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이들은 해당 관계자를 찾아 강력하게 문책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일반인을 버렸다고 판단, 이민을 가서라도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어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승무원 유가족이나 우리 같은 일반인 유가족들은 아이를 잃은 부모 마음을 감안해 아픔을 표현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팽목항이나 안산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했다”고 한 뒤 “그런데 안산에 가면 일반인 유족들이 앉을 의자 하나 없다. 죽은 뒤에도 이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나”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지난 18일 발족한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는 해경과 안전행정부 측에 일반인 희생자 유족 연락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희생자 장례식장과 진도 팽목항을 직간접적으로 수소문하며 유족 46명의 연락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디에도 일반인 희생자를 위한 정부의 손길은 없었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