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웅인과 최원영이 주연을 맡은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관객들에게 진한 웃음을 안기며 화제가 되고 있다.
두 가지 상반된 인격을 가진 인물을 얘기하고자 하면 '지킬 앤 하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886년 로버트 스티븐슨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을 꺼내 소설 '지킬 앤 하이드'를 창작했다.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로 명성이 높은 '지킬'은 정신을 분리하는 약을 통해 자신의 이면에 있던 악을 표출하는 '하이드'로 변한다. 이 작품은 스릴 넘치는 스토리에 로맨스까지 더해 금세 인기를 끌었고, 후에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지킬앤하이드'는 현대로 들어와서 일본의 희극지왕 이타니 코키를 거치며 생각치도 못했던 장르를 마주하게 된다. 코미디로서 재탄생한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재기발랄한 줄거리로 한국에 상륙했다.
원작을 떠올리면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장소 변경 한 번 없이 오로지 지킬박사의 연구실에서만 극이 진행되면서도 연신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인간의 이면의 악을 꺼내고자 하는 지킬박사의 연구목적은 원작과 동일하나, 결국 연구에 실패해 악한 모습을 연기해야만 했던 부분에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야기는 지킬박사가 하이드의 모습을 연기해 줄 무명배우 빅터를 대역으로 고용하면서 시작된다.빅터(이시훈)가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폭소케 하는 가운데, 약혼녀 이브(신의정)가 깜짝 등장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 흥미를 유발한다.
극에서 장소는 고정돼 있으며 무대 위 연기자도 단 네 명뿐이지만, 기발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전달한다.
특히 빅터는 평소에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다가 하이드로만 변신하면 괴기스러우면서도 코믹한 동작과 말투, 표정을 보여 보는 내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다만 지킬박사가 '인간의 악의 본성'을 들춰내기 위해 약까지 만들었으나 이야기 속에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모호해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에서는 선과 악이 지킬과 하이드로서 극명하게 나뉘었으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모든 것을 코미디로 풀어내버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치 않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전혀 다른 인물이었기에 인간 안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법 하지만, 동일 인물이었던 이브에게서도 선과 악이 뚜렷하지 못했다.
이브에게서 지킬의 모습은 교양있고 도도한 성품이었다면 하이드의 모습은 음탕하고 천박한 성격이었다. 이를 선과 악으로 대비한다면 '교양=선, 음탕=악'으로 엉뚱하게 풀이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극중 인물들은 모두 다양한 성격을 내비친다. 원작이 무거운 주제로 보는 이들에게 고민과 숙제를 안겼다면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비교적 가벼운 주제로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주제의식을 조금 더 드러냈다면 웃음 뒤에 따르는 진한 감동을 안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7월 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다. 지킬 역에는 배우 정웅인과 최원영, 이브/하이디 역은 신의정, 빅터 역 이시훈, 풀 역은 서현철, 박동욱이 열연을 펼친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