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마다 여야 상관없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선거구 획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두고 떠올랐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선거구 획정위)가 내놓은 20대 총선에서 적용될 국회의원 지역구 수를 244~249개 범위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정에 19대보다 의석수가 3석 더 늘어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여야는 선거구를 나누는데 '정치권의 간섭'이 심하다는 등의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선거구 획정위를 사실상 외부기관에 맡기며 입법권을 이양했다. 하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획정위가 아직 각 시·군별로 선거구 경계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잡음이 들리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4조2항에 따라 국회는 획정안이 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한 경우 재적위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통해 획정위에 한 차례만 더 수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 의원 난색
농어촌 특별선거구 제안
선거구 획정위 '선거구 획정' 소식이 전해지자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서인지 반대 의사를 표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제안하고 있다.
농어촌 특별선거구는 지역의 대표성을 감안해 각각 1석 이상 선거구를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에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로 농어촌 의원들은 특별선거구 7~10석을 포함해 지역구 의석을 253석~256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줄여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모임(이하 농어촌의원모임) 소속 여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긴급모임과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구획정위 결정이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약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제 지역구는 서울보다 면적이 24배 큰데 국회의원 수는 서울이 48명, 제 지역구는 1명이다"며 "이 이야기는 지역 대표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것이다. 획정위가 농어촌 지역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는 결정을 철회해주길 강력 요청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도 "(획정위안은)기형적인 선거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현행 4개 군이 한 선거구인 지역을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것을 또 5-6개로 늘리는 것은 국회에서 일하지 말고 지방에서 지역주민만 만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도시의 지역구는 한없이 늘어나고 농촌은 한없이 줄어드는 상황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요구는) 지역구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며 농·어촌 주민들을 위한 당당한 요구다"라면서 특별선거구를 채택을 주장했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획정위 발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며 "여야 대표는 정파적 이해를 초월하고 도·농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선거구 조정안을 정개특위가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해줘야 한다"고 여야 지도부가 나서 해법을 도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어촌의원모임은 농어촌 지역구 의석을 지키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농어촌 지역구 의석을 지키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며 "사실 비례대표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제도다. 비례제도는 당 실권자의 전리품인데 이런 전리품을 줄이고 국민 의사에 따라 선출된 지역구를 늘리는 게 시대적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2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구 획정위 결정대로라면 강원도에는 서울 면적의 10배가 되는 괴물 선거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농어촌과 지방을 배려하지 않는 선거구 획정위의 조정안 철회를 주장했다.
또한 국토균형발전과 기형적 선거구 출현을 막기 위해 강원과 충북 등 전국 7개 도에 각각 한 곳 이상 씩 특별 선거구가 채택에 대한 여야 협의를 촉구하며 농어촌 지방의 지역 대표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이 확대돼야 한다면 비례대표 정수 축소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농어촌특별선거구 실현 가능성은?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지역구수 축소에 반발하면서 '농어촌 특별 선거구'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사람이 부족해 자체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선거구라도 ▲지역의 대표성 ▲행정관할 면적 ▲주민참정권 ▲향후 인구 유입 변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특별선거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농어촌 지역대표성 훼손에는 크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특별선거구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는 "특별선거구제는 편법으로 가는 것이다.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한다"고 말했으며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농어촌 지역대표성의 가치는 비례대표제의 취지보다 앞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특별선거구 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반대하고 있고 특별선거구가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제외된 지역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인 만큼 마찰이 불가피하다.
만약 예외조항을 두게 되더라도 인구 8만 명 지역구의 유권자 한 명의 한 표와 인구 20만 이상 지역의 한 표가 동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 수 있다.
한편,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 개정 시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지역구 출마자들은 12월 15일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해 각 지역을 누비기 시작한다. 선거법상으론 획정위가 내달 13일까지 획정을 완료해야 한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