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찜통 더위에 냉방기를 안 틀 수도 없고, 계속 틀자니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되기 때문이죠.
기존에도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의 차별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7월 분 전기요금 고지서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습니다.
길거리를 걷다 보이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있는 가게들을 보면 '열받는다'는 말이죠.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구성된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단계는 ㎾h(킬로와트시) 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500㎾h 초과)에 들어서면 ㎾h 당 709.5원으로 11.7배나 오릅니다.
기본요금 역시 1단계는 410원인데, 6단계에서는 1만2940원으로 급격히 비싸집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7~9월 동안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누진제를 개편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데 누진제 폐지를 반대하는 일부에서는 1인 가구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여유있는 1인 가구는 전기를 싸게 쓰면서 가족이 모여사는 다인 가구는 오히려 전기를 비싸게 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고급 오피스텔에 살면서 다인 가구 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산다' 등의 자극적인 언론 기사는 가뜩이나 전기요금 때문에 화난 사람들이 비난할 수밖에 없는 여론 형성을 하고 있죠.
이러한 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나왔습니다.
당시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누진제 1단계인 100kWh 이하를 쓰는 가구를 분석한 결과, 85%가 1인 가구나 비거주용 시설이었다며 그 중 서민층은 1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유지할 경우, 1인 가구나 2인 가구가 이득을 본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주택용 전력수요 계절별 패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행 (누진제) 체계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고소득 1인 가구"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한국전력에서는 '누진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누진제를 개편하면 저소득층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두고 이유없이 고소득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기사가 쏟아져 오는 점은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시스템이 변해야 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 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구원수 대로 구간별 요금을 매기자는 '가구원별 누진제'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인이면 50㎾h씩, 5인이면 250㎾h씩 구간별 요금을 매기자는 것이죠.
야당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게 된다면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체계 개편이 되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1인 가구 대다수는 독거노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데일리팝=이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