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 '햄릿'이 현대화된 뮤지컬로 돌아왔다. 출연진의 연령층을 낮춘 것은 물론 춤에서도 랩, 비보잉 등 젊은 세대의 문화가 접목시킨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뮤지컬 '햄릿'은 햄릿의 아버지인 왕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왕좌에 햄릿의 숙부가 오르게 되고 초고속으로 왕비는 햄릿의 삼촌과 재혼을 하면서 극은 갑자기 파티 분위기로 변한다.
이때 등장하는 왕의 채신없는 춤사위는 시작부터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솔직히 전체적인 넘버들이 성인가요의 느낌이 물씬 풍기거나 락, 힙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객석에서는 '하아..랩은 진짜 아닌 것 같아'라는 한탄도 들려왔다.
뮤지컬 '햄릿'은 체코에서 가수 야넥 레데츠키와 작곡가 마틴 쿰작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해서 만든 뮤지컬로, 2007년 국내에서 초연을 한 후 이번에 3번째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어찌된 것인지 뮤지컬 넘버는 퇴보했고, 안무는 산만했다. 이런 가운데 신도림 디큐브시티 공연장은 음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시종일관 고막을 괴롭혔다. 디큐브시티 공연장은 좌석과 무대가 가까워 배우들이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는 곳인데 음향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듯 하다.
찢어지는 음향 때문인지 아버지의 죽음에 어머니 거투르트와 숙부 클라우디우스가 얽혀있다는 사실을 안 햄릿의 고뇌가 아니라 개연성 없이 짜증을 내는 햄릿으로 느껴졌다.
또 가죽 자켓을 입은 햄릿은 우유부단하기 보다는 강인함이 더 강조됐고, 중간에 있었던 햄릿과 오필리어의 베드씬(?)은 웃음을 참아야 할 정도였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애정전선은 처음부터 삐그덕 거렸기에 오히려 오필리어와 오빠 레이티스가 더 연인같이 느껴지는 애뜻함이 있었다.
5월 31일 캐스팅은 이지훈(햄릿), 이정화(오필리어), 민영기(클라우디우스), 안유진(거투르트), 에녹(레이티스)였다.
다행히 이지훈의 발성은 락베이스 넘버에는 어울렸고 이정화의 순수한 목소리도 오필리어와 어울렸다. 특히 거투르트 역을 맡은 안유진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이지훈과 함께 햄릿 역할에 캐스팅된 신우(B1A4), 서은광(BTOB), 켄(VIXX)에 대해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티켓 파워는 있겠지만 고전 햄릿을 기대한 뮤지컬 팬들에게는 다소 의아한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뮤지컬 '햄릿'의 장점은 세가지 배경으로 회전하는 무대 연출이다. 배경을 아래위로 이동하거나 옆으로 밀지 않아도 회전식을 이용하니 훨씬 빠르고 자연스럽게 장면 전환이 가능했다.
더불어 커튼콜 촬영이 가능한 몇 안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