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아이폰 인기 탓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매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최근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더는 감당하기 힘들게 됐다"
11월 21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애플이 유통점을 상대로 홍보용 '시연폰'(데모폰) 강매하고 1년 동안 팔지도 못하게 하는 등의 '갑질'을 폭로했다. 이같은 애플의 갑질 행태는 2008년 아이폰 첫 출시 때부터 이어져 왔다.
협회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은 아이폰 인기 탓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매를 받아들여 왔지만, 최근 애플이 새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한 데다가, 단말기 가격도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올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폭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애플은 데모폰 100%를 유통망에 강매해 다른 제조사 대비 유통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신규 모델이 출시되는 1년 후에나 데모폰의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약해 데모폰을 제때 팔지도 못하고 1년간 재고로 쌓아두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데모폰이란 제조사가 자사의 신제품 단말기 모델 출시 시점에 제품 홍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매장에 디스플레이 및 고객 체험을 할 수 있도록한 단말기를 말한다. 대부분 제조사는 데모폰을 전량 무료로 지원하고, 진열 종료 후 회수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시연폰을 대리점에 판다. 출고가의 70%에 시제품을 사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이에 대리점들은 수백만원을 들여 시연폰을 구매한다. 하지만 1년 동안 팔 수가 없어 실질적으로는 버리는 돈이라고 유통업계는 말했다.
시연폰 강매외에도 애플의 '갑질'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협회는 "시연 단말기를 배치할 매대(애플존) 제작 비용도 유통망이 부담하고, 애플은 시연 매대 위치와 포스터 부착 위치까지도 엄격하게 지시하고 있다"며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애플의 웨어러블, 패드 제품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점은 다른 제조사에는 없는, 애플 유일의 갑질이라고 협회는 지적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이런 비용을 모두 자체 부담한다.
또 협회는 "애플의 갑질은 애플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례화된 대표적 유통 적폐다. 유통점들이 수년간 데모폰을 강매당하면서 누적된 피해액은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갑질에 대한 불만이 그동안 잠잠하다 뒤늦게 터져나오는 이유에는 먼저 애플의 '고가 전략'에 대한 시연폰의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은 많은 종류의 신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하며 가격도 100만원 후반대에 육박했다. 이달 나온 아이폰 XS는 156만원, 아이폰 XS 맥스는 196만원에 달한다. 이전까지 애플은 1년에 신제품 한두 제품을 출시했고, 가격 역시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또 아이폰 인기가 시들해 애플의 갑질을 받아줄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도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인 데다 눈에 띄는 제품의 변화도 없이 가격만 크게 오른 탓에 수요가 이전만 못하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 3종 판매량은 직전 모델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향후 협회는 실태와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이동통신 3사 대리점협의회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률적 검토를 병행할 예정이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