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여한 책임자 34명이 피해 발생 8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처음으로 알려진 지 8년 만의 일이며, 그 사이 1421명이 사망했다.
7월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44)씨 등 2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총 34명이다.
검찰은 먼저 SK케미칼에서 홍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SK케미칼, 애경 등 업체들은 각각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으로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SK케미칼은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학교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2008년 건강 유해성 문의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피해에 이르게 한 혐의도 적용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2017~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내부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 수사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애경산업에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무마를 돕겠다며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월 고발인 조사와 더불어 SK케미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재수사를 본격화했다. 특히 이번 수사 과정에서 과거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 연구 노트 등을 확보해 가습기 살균제 최초 개발 단계서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3년 만에 재개된 '가습기 살균제' 수사로 2016년 수사에서 처벌을 피한 업체들, 특히 원료 공급 업체 책임자들까지 포함해 모두 34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해 완전한 배상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안에 넣는 물에 약품을 타는 방식의 살균제는 1994년 1월 판매되기 시작해 판매가 금지된 2011년까지 17년간 980만 통이 팔렸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476명(7월 19일 기준)이다. 이중 1421명이 사망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