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1호점을 오픈한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스페셜티 스토어 '시코르(CHICOR)'는 오픈 3개월 만에 매출 목표 대비 150%의 실적을 달성했으며, 2018년에는 총 20개점을 운영하며 매출 목표의 160%를 초과 달성했다.
국내 입점을 예고했던 글로벌 최대의 코스메틱 편집샵 '세포라(SEPHORA)'까지 2019년 10월 24일, 서울시 강남구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리며 국내 H&B 스토어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로드샵 뷰티 브랜드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이어 국내 로드샵 제품들의 대다수를 생산해 오던 '한국 콜마'의 논란과 'H&B 스토어(헬스 앤 뷰티 스토어)'가 확산되며 계속되는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국내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018년 대다수의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들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년간 K-뷰티를 이끌어갔던 국내 뷰티 브랜드 로드샵들이 최근 하락세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더페이스샵을 운영 중인 LG생활건강 2018년 매출은 4883억 원으로, 이는 6498억 원이라는 최고 기록을 세웠던 2016년 대비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화장품 공화국이라 일컫는 아모레퍼시픽 또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2018년 매출이 16% 감소한 218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황했으며, 이니스프리 또한 2018년 영업이익이 809억 원으로 2017년보다 25%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로드샵의 몰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높은 구매력을 보이던 중국인의 수요가 2017년 사드 보복 조치의 여파로 급감하자 그 직격탄은 고스란히 로드샵들의 몫으로 돌아갔으며, 3300원 짜리 화장품을 내세우며 원브랜드 로드샵 시대를 열었던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뒤로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하며 업계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국내 로드샵 제품들의 대다수를 생산하고 있던 '한국 콜마'의 만행 또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8월, 한국 콜마의 윤동한 회장이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동영상을 상영한 것이 논란이 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한국 콜마를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여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콜마의 제품뿐만 아니라 회사가 지난 2018년 인수한 CJ헬스케어의 제품은 물론 위탁제조·생산하는 고객사 제품 명단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불매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콜마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과 OEM(주문자위탁생산)을 중심으로, 한국 콜마가 생산하는 제품이 1000여 개가 넘는다고 알려진 만큼 그 여파는 전체적인 국내 뷰티업계로 옮겨 붙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 콜마 고객사 리스트는 H&B스토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니스프리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샵의 대표주자가 대거 포함돼 있어 그 타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올리브영과 롭스와 같은 H&B 스토어가 늘어난 것도 로드샵의 몰락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H&B 스토어는 약 1500개, 특히 매출 1위의 올리브영의 성장세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은 1200여 개이며, 폭발적으로 매장 수를 늘릴 때는 1년에 200개씩 늘어나기도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렸던 올리브영은 최근 지방까지도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매출 추이도 가파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출은 2014년 631억 원에서 2015년 7603억 원, 2016년에는 1조 1270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을 넘어서더니 2017년 1조 4360억 원을 기록하며 나날이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2조를 넘어선 2조 84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색다른 H&B스토어가 생겨나며 기존 H&B스토어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의 시코르를 시작으로 글로벌 뷰티 편집샵 세포라까지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대형 H&B 스토어, 시코르의 등장
지난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조금 색다른 유형의 H&B 스토어가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대표 정재영)의 뷰티&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시코르는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의 '놀이 공간' 중 일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총 140여 개의 국내외 인기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 둔 시코르는 2030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로드샵 브랜드는 물론 백화점 브랜드까지 입점시켜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백화점식의 응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이들 또한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들을 구경하고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한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없었던 브랜드는 물론 평소 궁금했던 해외 브랜드나 백화점에 입점돼 있던 고가의 브랜드까지 널리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다양화를 두어 기존 H&B 스토어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브랜드와 차별화를 뒀다.
더불어 일반적인 테스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스튜디오를 방불케하는 화장대에서는 매장 내 제품들로 간단한 수정화장이나 메이크업을 마칠 수 있으며, 단순히 발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위생적인 테스터를 제공하기 위해 일회용 퍼프나 립 브러쉬 등을 제공하는 것 또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 보인다.
이러한 이유 덕분인지 시코르는 1호점을 오픈한 후 3개월 만에 매출 목표 대비 150%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총 20개점을 운영해 매출 목표를 160%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뷰티 핫플레이스, '세포라'까지 국내 진입
시코르와 더불어 2019년 하반기 정체돼 있던 뷰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뷰티 편집샵 세포라를 비롯해 '해외 직구'로만 얻을 수 있던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에 상륙하기 때문이다.
세포라는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이 운영하는 1세대 뷰티 편집샵으로, 34개 국에 약 2500여 개 매장을 둔 뷰티 핫플레이스다. 그동안 국내에 입점한다며 소문만 무성했던 세포라가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안고 545㎡ 규모와 강력한 PB 라인업을 업고 서울시 강남구에 첫 오픈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명동, 신촌 등 4개 점을 연달아 오픈하며 2022년까지 국내에 14개 매장을 오픈해 고객과 접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모으거나 줄이거나...각자의 길 찾는 국내 브랜드
큼지막한 편집샵들의 등장에 국내 로드샵 브랜드 또한 각자의 길을 찾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었던 이화여대에 '눙크 1호점'을 개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눙크는 ▲미샤 ▲어퓨 ▲부르조아 ▲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 ▲하다라보 ▲캔메이크 ▲지베르니 등 1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이다.
눙크는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화장품과 헬스, 뷰티 제품까지 판매하며 H&B 점포로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LG생활건강도 로드숍 더페이스샵과 그의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자사 직영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메이크업 브랜드 에스쁘아 또한 오프라인 직영 매장을 조정하고 H&B 스토어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등 각 로드샵 브랜드들은 흑자 전환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