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당 안팎의 비난 속에서도 폭력 사태까지 불사하며 극렬한 반발에 나섰던 이유는 뭘까. 사실상 당 장악력을 상실한 당권파가 마지막 기득권만은 지켜낸 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당권파가 당의 공식 대의 의결기구와 공동대표단 지도 체제까지 부정해가며 성취하려고 하는 핵심 목적은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켜내는데 있는 듯 하다. 구체적으로는 비례대표 경쟁명부 당선자 3명 가운데 당권파에 속하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지켜내는 것이다.

당권파는 당 부정 경선 진상조사위의 사과와 재조사 요구, 대의기구 의결효력 불인정 등 비당권파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이어가면서 물밑으로는 경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권고안의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당권파의 '핵심' 목적은 비례대표 당선자 살리기에 있다고 해석 되는 부분이다.

부정경선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당권파의 주축인 NL(민족해방) 계열의 핵심 실세로 지목된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2번)가 유시민 공동대표를 찾아 "당권을 넘겨주겠다"며 경선 부정 사태 파장을 최소화해달라고 제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14일 "당의 권력을 쥐고 있던 분들(당권파)이 '대선 후보로 나가든 당 대표를 하든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같이 해주겠다' 이런 의사를 여러 차례 전해왔다"고 당권파 측의 거래 제의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역시 당권파인 이상규 지역구 당선자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일 전국운영위 파행 후 양측 실무진이 협상을 벌였다"며 "비대위를 구성하는 대신 비례대표 거취를 두고 당원 총투표를 하기로 합의했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당권파측의 협상 목적은 '비례대표 거취'였던 것이다.

비당권파측인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출신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권파가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어 당을 원내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권파의 숨겨졌던 '핵심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와 당권파가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 이어 전략적으로 키우려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김재연 청년 비례대표 당선자는 특정 인물에 대한 방어와 당권파의 전체의 종파적 이해가 맞물리는 지점에 있다.

당권파는 자파 소속의 지역구 당선자 4명(김선동 김미희 이상규 오병윤)에 비례대표 당선자 2명까지 고수할 경우, 영입 케이스 비례대표 당선자 3명만 제대로 공략하면 비당권파의 간섭을 배제하고 원내를 중심으로 당을 재장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당권파 내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수락하되 비대위원장을 원내대표가 겸임토록 해서 '김선동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비당권파측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지만 위기를 돌파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던 당권파가 활로로 삼으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어설프게 당 대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키는 쪽으로 힘을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당권파측이 부정경선 파문의 수습책을 내놓으며 당 내부 안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당권파측은 더욱 원내 세력에 집착할 수밖에 없어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보다 강하게 거부할 수 있다.

대표단의 이정희 공동대표가 앞서 사퇴했고, 실무 당무를 책임졌던 장원섭 사무총장도 14일 해임 결정이 있자 사퇴의 뜻을 밝혔다. 반면 당권파는 비례대표 당선자 거취에 대해서 만큼은 중앙위의 사퇴 권고안이 포함된 당 혁신안이 통과됐음에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파가 중앙위가 의결한 사퇴 권고안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비례대표 사퇴 가능성은 낮다. 비례 당선자 두 명은 여전히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당이 이들을 출당시키더라도 자진 탈당이 아니면 비례대표 당선자직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본인 의사와 무관한 출당이라면 무소속 비례대표 당선자가 된다"며 "당의 조치로는 직을 박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