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명품 브랜드, 뷰티 제품 출시에 열 올린다..."밀레니얼 잡아라!"
[이슈&트렌드] 명품 브랜드, 뷰티 제품 출시에 열 올린다..."밀레니얼 잡아라!"
  • 이지원
  • 승인 2020.02.20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천만 원부터 비싸게는 억 단위까지 가격대가 훌쩍 뛰기도 하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가 새로운 노선을 물색했다. 립스틱 출시를 발표하며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현재는 '입생로랑'과 '크리스찬 디올',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메이크업 브랜드를 백화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에르메스의 뷰티 시장 진입은 이야기가 남다르다.

본래 에르메스의 경우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메이크업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도 꿋꿋하게 뷰티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곧, 이번 립스틱 출시는 에르메스의 183년 역사 중 처음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인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르메스의 행보와 명품 업계들의 뷰티 시장 진출이 더더욱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노선을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르메스가 183년 역사 중 처음으로 뷰티 사업에 진출한다. (사진=에르메스)

샤넬과 디올, 입생로랑 등 많은 명품 브랜드는 일찍부터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하며 쏠쏠한 수익을 넀다.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 속속들이 자리하며 남다른 매출을 이끌어가기도 했다.

그 후에는 패션 명가로 불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과 '돌체 앤 가바나' 등이 립스틱을 선보이며 명품 뷰티가 한 차례 더 유행을 끌었다. 소비자들은 가방이나 신발 등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명품 뷰티 제품들에 열광했다.

2019년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 역시 '구찌 뷰티'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국내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명품 브랜드의 뷰티 시장 진입에 소비자들 역시 열광헀다. 구찌는 향수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코티 럭셔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58종의 립스틱을 선보였다. 올해는 28종의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며 총 86개의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그 결과는 매출로 이어졌다. 영국 패션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에 따르면 2019년 구찌 립스틱은 100만 개가 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불티나는 인기에 국내에도 그 영향력을 확장하기에 나서며 1, 2호점을 잇달아 개장했다. 

명품 브랜드가 이토록 뷰티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프리미엄 뷰티 시장 점유율 10위권 안에는 디올과 샤넬 등 패션에서 출범한 뷰티 브랜드가 절반 가까이 포함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는 왜 하필 '립스틱' 출시에 몰두하는 걸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명품 브랜드가 화장품을 취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대부분은 향수로 품목이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도 나도 립스틱을 출시하기에 나섰다. 

이때 뷰티 시장에 진입한 명품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 새로이 입생로랑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디올, 크리스찬 루부탱 등 모든 명품 브랜드가 입술과 관련한 제품들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립스틱'일까? 

이들이 립 제품을 출시하며 노리는 것은 2030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라 할 수 있다. MZ세대란 1980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신조어로서, 국내 인구의 33.7% 가량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립스틱은 과거 브랜드의 첫 경험 상품으로 내세웠던 향수보다 가격이 싸고, 다른 색조 제품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적합한 무기가 된다는 의미다. 

이미 포화 상태인 향수 시장보다 개발이 쉬운 립스틱에 몰두하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시장에 진입하기 쉬우면서도 브랜드의 철학과 이미지를 가장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가 하면 불황일수록 비싼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립스틱은 불황기에 잘 팔리는 대표 화장품으로 '저렴하지만 효과가 눈에 띄는 물건을 구매해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가 공개하는 '립스틱 지수'는 불황기에 립스틱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패턴을 잘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더불어 기존 명품 브랜드의 백이나 옷, 신발 등과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을 샀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스몰 럭셔리'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확실한 이유들이 에르메스를 183년 만에 화장품 업계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에르메스는 '최고의 명품'이라는 가치를 립스틱에 담기 위해 5년간 립스틱 개발에 매진했고 에르메스 향수의 향기를 조향해 새로운 립스틱 라인 '루즈 에르메스'에 담았다. 

한편 한국 에르메스 립스틱 가격은 8만 8000원으로 결정됐다. 루즈 에르메스 매트, 새틴 립스틱과 립 케어 밤, 포피 립 샤인 등 립스틱, 립밤, 립글로스 모두 8만 8000원으로 책정됐다. 입생로랑과 디올 등 4~5만 원 내외의 명품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에 속한다. 굴지의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에르메스의 브랜드 파워가 빛을 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