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대가 할인이나 쿠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했다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나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 어릴 때부터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교통카드를 충전하던 이들이기에 익숙한 편의점을 주요 소비채널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트렌드분석팀이 2019년 3월 대학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주축인 2000년생들이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여느 때보다 대학가 입지 편의점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정행사, 통신사 할인,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할인과 적립 등을 알뜰히 챙기기 때문에 5년 전만 해도 마트에서 대량 구입하던 생활용품을 편의점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의 33.7% 가량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향후 20년간 소비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장인 편의점 업계들도 밀레니얼 세대와 이후 소비층인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들의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2017년, 편의점 CU는 2017년 말 '급식체'를 활용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는 뜻으로 붙은 명칭이다. 딱히 의미는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달아 쓰거나 초성만 사용하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이들은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ㅇㅈ?ㅇㅇㅈ(인정? 어 인정)' 등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각각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 쿠키&생크림 케이크에 붙여진 이 이름들은 제품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름만 들으면 제품을 유추할 수 조차 없지만 출시 3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을 납품한 식품업체 피오레의 매출은 2017년 36억 원에서 2017년 114억 원으로 1년간 3배 이상 늘었다.
CU의 이러한 마케팅은 언어 파괴를 통한 'B급 감성'을 활용방식이다. B급 감성은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약간은 어이없지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뜻한다. B급 마케팅이 성행하는 것은 SNS와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접근이 쉬운 반면 파급력은 높으며, 가벼운 재미까지 주는 오락적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쏟아지는 트렌드의 홍수 시대에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강한 인상을 주고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이 홍보와 매출 증대에 있어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례는 기업이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에 성공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이자 일종의 놀이문화인 신조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이 가볍고 재미있게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제품 인지도를 강화하고 매출 증대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과거 세대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했다면 최근 검색의 패러다임은 유튜브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MZ세대의 경우 유튜브의 동영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곤 한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제품에 대한 리뷰를 SNS에 기재하며 다른 이들과 공유하곤 한다. 이러한 MZ세대에게 유튜브란 짧은 영상 안에 제품에 대한 정보를 핵심만 모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어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유튜브 이용률이 높은 만큼 유튜브 속 콘텐츠는 이들에게 연일 화제다. 달고나 커피와 탕후루, 쿄호젤리, 몰티저스, UFO 캔디 등 유튜브 발(發) 트렌드는 셀 수 없다. 편의점 업계 역시 이들의 유튜브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직구로만 구매 가능했던 제품들을 정식으로 수입하고, 까다로운 제조 과정으로 좌절하는 이들을 위해 간단 키트까지 만드는 추세다.
실제로 이마트24는 지난 2019년 ASMR의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UFO캔디'와 '거봉젤리'를 출시하며 많은 인기를, CU와 GS25는 '악마의 초콜릿'이라 불리는 '몰티저스(Maltesers)'를 선보이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업계 최초로 몰티저스를 수입한 CU에 따르면 몰티저스는 단 하루 만에 물량의 90%가 팔렸으며, 1차 물량으로 확보한 1만 개가 발주 시작 20여 시간 만에 모두 소진됐을 뿐만 아니라 전국 점포에 진열된 지 단 하루 만에 90% 이상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GS25는 최근 '탕후루 키트'도 출시했다. 집에서는 만들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실패 확률 또한 높은 탕후루를 키트로 만들어 간편함을 더했다. 더불어 한 번 먹을 정도의 양만을 계량해 소용량 트렌드까지 잡았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 2020년 2월 출시한 탕후루 키트는 연일 매진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며, 상품 입고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기다렸다 구매하는 고객의 사례가 다수 확인될 정도다. GS25에 따르면 2월 28일~3월 15일까지 탕후루키트 4종은 누적 판매량 10만 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행하는 트렌드에 맞춘 제품의 출시는 SNS를 통한 빠른 확산과, 집 앞에 존재하는 편의점들의 높은 접근성 덕분이다.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SNS상에서 이슈가 되는 재미있고, 독특한 상품을 보고 호기심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