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을 진행 중이다. 서로 다른 업종간의 콜라보는 소비자들의 재미를 더하고 호기심을 유발해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이를 통해 상품 출시는 물론 새로운 고객의 창출까지 넘볼 수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익숙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금융업계와 편의점의 콜라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손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의점업계 1, 2위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3.5%, 3.7% 개선한 2565억 원, 1966억 원에 달했다. 매출 역시 4.7%, 2.9% 늘리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대표 유통업체들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편의점은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2020년 1분기 역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9%, 7.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도 4~6%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금융업계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드리운 탓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이종산업과의 연대가 미래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잘 나가는 편의점과 은행이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과거에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에 편의점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적용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과 금융업계의 콜라보는 과거부터 남달랐다. 금융업계가 공을 들인 '디지털 키오스크'가 은행에 처음 발을 들인 지 1년 후인 2016년, 편의점에도 같은 기기가 놓여진 것이다.
단순 은행 거래만 가능한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각 은행들은 고기능 무인 자동화 기기들을 선보였다. 고기능 무인 자동화 기기란 기존 ATM의 기능에 더해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를 뜻한다.
이때 신한은행은 2016년,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업무제휴를 통해 영업점 창구 수준의 은행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키오스크를 국내 최초로 편의점에 설치했다. 편의점의 높은 접근성을 등에 업은 것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점포 및 채널 모델 발굴 가능성을 열어 인터넷은행에 대응하는 비즈니스 라인업을 구성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업종간의 콜라보가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되는 경우도 있다.
GS25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삼성증권 네이버페이 투자 통장과 제휴한 용기면 '돈벌라면'을 22만 개 한정으로 판매했다. 돈벌라면은 GS25가 지난 4월 출시한 후 200만 개 이상 판매된 '유어스인생라면'을 개명한 상품이다. 내용물을 업그레이드 해 고객들의 선택을 이끈 것은 물론 스프의 이름도 국내주식건더기스프, 해외주식분말스프 등으로 정해 '돈벌라면 분산투자 하라'는 메시지도 간접적으로 담았다.
그 뒤를 이어 2020년 2월, CU와 DB손해보험 역시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컵라면과 자동차 보험을 연계한 이색 상품 '내차보험 만기라면(만기라면)'을 출시했다. 만기라면은 기존 CU의 단독 상품으로 운영되던 '더배터질라면왕컵'의 패키지를 변경해 30만 개 한정으로 판매됐으며, DB손보가 주력하는 보험상품인 자동차 보험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해당 상품은 전국 1만 3000여 개에 진열됐으며, 컵라면 뚜껑의 QR코드를 스캔해 DB손보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료를 산출할 경우 네이버 N페이 1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로 2030 세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홍보와 재미를 하나로 담고 있는 제품들의 출시는 재미있는 경험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업종간의 제품 출시 역시 제품 속에 재미를 녹여내는 독특한 마케팅이 '펀슈머(Fun+Consumer)'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잔돈 적립, 현금 인출 등 단순한 서비스 제휴만을 목적으로 편의점과 협업하던 금융업계가 최근에는 상품 홍보를 위한 채널로서 편의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40대 소비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편의점을 통해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금융업계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었으며, 젊은 세대까지 미래의 고객층으로 흡수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 역시 은행업무에 손을 뻗고 있다. GS25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7개의 은행과 '수수료 0원' 제휴를 맺고 본격적으로 은행 업무에 나선 것과 동시에 GS25의 ATM기를 통한 거래금액이 2018년 10조 원을 넘어선 것이 그 시작이다.
또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는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를 통해 2019년 11월 30일까지 DGB대구은행의 소액 적금을 판매하기도 했다. 입출금 계좌 개설부터 적금 가입까지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어 스마트폰에 친숙한 이들에게 알맞게 구성했다.
최근 수년간 편의점 내 ATM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주요 편의점 업계의 경우 시중의 은행보다 많은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편의점 선두 3개 기업인 GS리테일, CU, 세븐일레븐의 전체 ATM 수는 2만 8770개에 달한다. 이는 시중은행 선두 3개 업체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합친 2만 636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금융업계의 입장에서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객접점을 위한 요소는 여전히 필요하다. 편의점은 주거지나 오피스 등 생활밀착형 매장이라 고객입장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이에 ATM기기 운영사, 편의점 등과 협의해 고객의 수수료를 자체 부담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편의점 ATM 이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일부 판매공간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게 되며, 자연스레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두 업계의 콜라보 요인으로 풀이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