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다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새로운 사회상, 즉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전문가들은 물건 소비, 서비스 소비에 이어 제3의 소비 패턴인 'DIY(Do It Yourself) 소비'가 새롭게 등장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소비패턴 변화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외출 및 이동 자제 등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전국적인 긴급사태 선언이 지속되고 있던 2020년 5월에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51%를 기록하며, 과반수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 1월 및 3월의 비율(각 37%)과 비교했을 때 대폭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생활에 대한 만족도 비율을 4가지 소비 스타일별로 세분화할 경우 그 양상이 약간 달라진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는 소비자가 재화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격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그리고 취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의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소비 스타일을 편리형 소비, 프리미엄 소비, 가성비 소비, 탐색형 소비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프리미엄 소비자의 경우 본인의 마음에 드는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다소 비싸더라도 그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들로서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비자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비자군의 경우 2020년 5월 기준 본인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9%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 대비 오히려 높았다. 소비 활동에 있어서 가격보다는 편리함을 중시하는 스타일인 편리성 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만족한다는 응답과 불만족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동일했다.
한편, 나머지 두 스타일인 가성비 소비자와 탐색형 소비자의 경우 불만족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았다. 이를 통해서 소비 활동에 있어서 가격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DIY 소비가 확대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이가 가족 및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족 및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나 빈도가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각각 78.4%, 79.4%로 다른 답변 대비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특히 30대, 40대의 남성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부동산 사이트 LIFULL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생활방식에 변화가 있었던 사람은 전체의 약 80%인데, 이 중 68%의 사람들이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전 연령대에 걸친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이전보다 소중히 하려고 한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나가고 싶다" 등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타케다 카나 씨는 "시간의 사용법이 변화하면서 어떻게 생활을 설계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소비패턴인 '애즈어서비스'의 대두
최근에는 상품이라고 하는 '자원'에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y)을 향상시켜주는 '노하우'를 결합해 서비스화한 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애즈어서비스(aaS)'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애즈어서비스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 업계인데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MaaS(Mobility as a Service)'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MaaS를 이용할 경우 물리적인 이동수단과 운전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편리함과 효용이 극대화된다.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밀키트(meal kit)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애즈어서비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 '오이식스'는 월 정액요금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레시피(노하우)와 함께 식재료 세트(자원)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이식스의 밀키트는 부엌에서 20분만 투자하면 메인 요리와 반찬 두 가지를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식재료를 낭비하는 일도 없고 마트에 가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성장하는 DIY 시장
2020년 5월에 일본의 식품 대기업 '닛신식품'은 '잇푸도' 등 유명 라멘 전문점 5개사와 제휴해 라멘 배달 서비스인 'RAMEN EX'를 시작했다. '우버이츠' 등 딜리버리 애플리케이션으로 라멘을 주문하면 반조리된 라멘(면, 수프, 토핑 세트)이 30분 이내에 집으로 배송되고 간단한 조리 과정을 통해 바로 유명점의 라멘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집단 감염의 공포, 음식점의 휴업 등으로 인해 외식을 하는 것이 어려웠던 일본 소비자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닛신식품의 사례는 제조기업이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로서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목이 필요하다.
DIY 소비가 부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소비 프로세스에 보다 능동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보람,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학습과 숙달에 의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DIY의 본질적인 특성이 큰 부가가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 김지혜 일본 나고야무역관은 일본경제신문도 위드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소비 키워드로 '셀프'를 꼽고 있다며 고급 프라이팬 브랜드 '버미큘러'(1만6280엔~)를 소개하며,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문이 쇄도(현재 기준 5만 개 돌파)했기 때문에 지금 주문하더라도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버미큘러로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등의 발 빠른 대응이 인기를 얻은 이유가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2019년부터 소비자가 직접 미용기기를 고르고 시술까지 셀프로 하는 에스테틱숍이 오픈하는 등 DIY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종업원의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이 주요 목적이었던 반면, 지금은 그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DIY 소비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니즈에 기인한 프리미엄 소비의 일종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료: 코트라 김지혜 일본 나고야무역관, '뉴노멀 속 일본 소비자 DIY 각광'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