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출범 2년차가 되며 서비스 제공 기업별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상회하거나 육박하고 있으나 마이데이터 활용 서비스에는 큰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마이데이터 가입자가 가장 많은 사업자는 토스로 1485만5750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카카오페이(1029만9088명), 네이버페이(922만8737명) 순으로 가입자가 많았다.
마이데이터 이용 동의 후 실제 본인의 은행계좌 등을 지정한 실자산 등록자 수 또한 토스(977만7527명), 카카오페이(481만830명), 네이버페이(454만25명) 순이었다.
마이데이터는 지난해 1월 1일 시행된 서비스로, 소비자가 금융사 등에 자신의 정보 사용을 허락할 경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가령 토스에서 마이데이터 정보 전송 요구에 동의하는 경우, 토스 앱 하나로 은행·카드·증권 등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핀테크, 증권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해 있다. 사업 출범 1년9개월 만에 1위 사업자 기준 국민 3.5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반응이다.
1~3위 사업자 모두 가입자의 금융정보 현황을 모아서 보여주는 수준에 그칠뿐 새로운 혁신 서비스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0여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고유업무(신용정보통합관리)로 벌어들인 수익은 총 46억원에 그쳤다.
소상공인을 위한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 논의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개인사업자 명의로 개설·관리되는 금융정보·상거래정보·공공정보 등을 통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인사업자에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경영 컨설팅, 정책자금 신청 지원 등 영업·경영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6월 말까지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떠들썩했던 마이데이터의 등장에 비해 금융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3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를 이용해봤다는 응답률은 50%였다.
그러나 향후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의향에서는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7.7%로, ‘보통/반반’(48.0%)보다 낮았다. 아예 의향이 없다는 응답률도 14.3%였다.
이용의향이 보통 이하로 낮은 이들은 그 이유로 보안·유출 위험(41.7%), 유용성 미흡(31.3%), 불필요(25.5%), 번거로움(21.7%), 기존과 차별화 미흡(17.8%)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금융소비자들이 아직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자산 증식에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정보를 모아 볼 수 있는 데서 더 나아가 개인별 투자성향을 분석·파악한 뒤 상품 추천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는 투자성향 파악 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대부분이거나 추천되는 상품이 자사 펀드 상품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이데이터 기업 디지미(Digi.me)의 경우 1000여개의 금융기관의 거래 정보는 물론 의료, 음악, 소셜 미디어 활동 등 다양한 비금융 영역의 정보를 개인의 동의 하에 저장해 모아볼 수 있게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모인 정보들을 토대로 자산 관리 방안을 제안하거나 개인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접근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려고 해도 승인이 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