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웹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러 에디터가 모여 각각 특정 분야를 맡아 요일별로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계정, 한 명의 계정 주인이 운영하며 그의 모든 취향을 아카이브 하는 계정, 한 분야 (음악, 영화, 미술 등)만 파는 본격 디깅 계정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웹진을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웹진의 인기 요인은 플랫폼 특성상 종이 잡지에 비해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비교적 활발하다는 점, 이미지와 영상 위주의 시각적 즐거움이 동반되는 콘텐츠라 슥슥 넘기며 빠르게 유행을 파악하고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필자 역시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웹진을 만나보았다. 그중 끝까지 필자의 팔로잉 목록에 눌러 앉았던, 콘셉도, 내용도, 재미도 알찬, 분야별 추천 웹진 5개를 들고왔다.
- 라이프 스타일 | 러프
웹진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솔직함이다.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기업과 엮인 이해관계가 적거나 거의 없다시피 하며 내용 검열도 다른 매체에 비해 자유롭기 때문이다. ‘거짓부렁이 가득한 인스타그램 세상 속 솔직함’을 찾기 위해 시작된 러프 매거진은 마치 유행에 편승하지 않은 채 자기답게 진솔한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 담백하고 웃긴 옆집 형 같다. 에디터 제작 콘텐츠와 독자 기고로 운영되어 솔직한 이야기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러프 매거진, 요즘 활동이 주춤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추천하는 콘텐츠는 독자 기고로 작성된 <인센스 킬-즈 아웃사이더>다. 귀띔하자면 이 글은 인기 많은 사람, 소위 인싸를 따라잡으려 인센스를 켰다가 지독한 향에 고통받은 이의 이야기다.
- 음악 | 레코드 매거진
요즘 뜨는 음악 소식을 큐레이션하여 간단한 이미지와 짧은 글로 업로드하는 레코드 매거진. 빠르고 간편하게 전 세계의 음악인의 핫 이슈를 모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계정의 매력. 댓글 창을 통해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진 이들의 반응을 엿보고 직접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취향 디깅 웹진의 장점이다.
- 토픽 | 비콰이엇 매거진
00년생 에디터 셋이 만드는 20대를 위한 주간 토픽 큐레이션 매거진. 청춘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시의성 있는 소재를 콘텐츠화한다. 주로 인터뷰, 에세이, 릴스 콘텐츠를 진행하는데, 인터뷰는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를 볼 수 있도록, 에세이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릴스는 취향을 만들고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이들의 취향과 추천을 따라가다 보면 가볍게 웃을 수 있고 진지하게 고찰할 수도 있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지닌 비콰이엇 매거진은 입체적이라 타 매거진보다 우리의 삶과 더욱 닮아있다.
- 문화예술 | 안티에그
문화예술에 관심이 깊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좋아할 안티에그. 위 웹진들과 달리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웹진이 운영되며, 인스타그램으로는 간단한 콘텐츠 미리보기와 브랜드 홍보 정도가 이뤄진다. 영화, 전시, 건축, 공간 등에 대해 통찰이 깊은 전문 에디터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다른 웹진에 비해 학문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훑거나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카드 뉴스, 아티클, 팟캐스트 등 다양한 언어로 문화예술에 대한 담론과 오피니언을 이야기하는 문화예술 전문 웹진, 안티에그였다.
- 아트·라이프 | 비 애티튜드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티스틱 라이프 스타일이 시작되는 곳, 비 애티튜드는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와 콘텐츠, 물건을 큐레이팅한다. 비 애티튜드의 매거진은 미술을 패션과 디자인,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인터뷰와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의 글을 실어 참신한 콘텐츠를 발행한다. 필자의 추천 콘텐츠는 ‘아이디어 보부상’의 인터뷰 <쓸데없는 아이디어 구경하고 가세요>와 큐레이터이자 통번역가인 박재용의 <현대미술 설명서:왜 걸핏하면 ‘무제’일까?>다. 이런 좋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한 지경이다. 한편, 비 애티튜드는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