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요금 인상 기정사실화…인상시점·인상폭 조율 중
고물가에 전기요금 체납 건수·금액 증가…서민경제 부담 가중 우려
다음 달 1일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6.8% 인상된다. 그간 원가 이하의 공급으로 부채가 불어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4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점쳐지고 있어 서민경제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얼마 전 서울시 기준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메가줄)당 1.41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서울시 4인가구 기준 주택용 가스요금은 월 3770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점과 목욕탕 등에서 쓰이는 일반용(영업용) 도매 요금은 MJ당 1.30원 오른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지난해 5월 16일 이후 1년여 만이다. 가스요금 관리주체인 정부는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동안 가스요금 인상을 유보해왔다. 그러나 가스공사의 재무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름에 따라 요금 인상이 불기피하다는 게 가스공사 측 설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 이후로도 가스공사는 원가 이하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2022년 이후 40%가량 요금이 인상되며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까지도 원가의 80~90%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했다.
전체 가스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민수용을 제외한 발전용과 산업용 등 다른 용도의 가스요금은 앞서 단계적인 인상을 거쳐 이미 원가 이상 수준에 다다른 상태다.
지난 1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으로 인한 이자도 계속되고 있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후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나중에 받을 ‘외상값’으로 장부에 적어놓은 것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에 해당한다.
미수금 형태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가스공사는 차입금을 늘려 가스를 도입해왔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원에서 2023년 말 39조원으로 확대됐다. 동일 시기 부채비율은 379% 493%로 급증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스공사의 총부채는 46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기요금, 너마저?
‘악화일로’ 한전, 위기 타개 위한 요금인상 준비
가스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은 전기요금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누적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로, 인상 시점과 인상 폭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60%대 수준에 그친다. 100원에 원재료를 들여와 60원대에 팔고 있다는 의미다.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2019년까지 90%를 웃돌았으나 2021년 85.9%로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으나 요금에 이같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기업 등에서 주로 쓰는 산업용(고압용) 요금을 17.3% 올렸으나 여전히 산업용 전기요금도 원가를 밑돌고 있다.
1년여간 동결 상태인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132조원 수준이던 한전의 총부채 규모는 2023년 202조원으로 확대됐다. 부채비율 역시 이 기간 188%에서 543%로 급증했다. 한전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한 해 4조~5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4·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안 장관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민생 상황이나 물가 상황을 봤을 때 전력수요가 폭등하는 하절기(인상)는 어렵다”며 “하반기에 관계부처와 적절한 시점과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수준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스요금에 이어 전기요금까지 인상이 예정되면서 서민경제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 기조로 인해 전기요금 체납액이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올해 5월까지 두 달 이상 밀린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총액은 985억9000만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다. 2021년 말(636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54.9% 늘어난 것이다. 올해 1~5월 주택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54만5300건으로 이미 작년 한 해 기록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