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최철주 작가 "1인가구 생활, 내 시간을 소비하는 나만의 방식이 필요"
[인터뷰]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최철주 작가 "1인가구 생활, 내 시간을 소비하는 나만의 방식이 필요"
  • 정단비
  • 승인 2024.07.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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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어 1인가구 생활을 계속 한다면, 어떨까?

최근 1인가구 증가세가 높다. 그 중 고령인구가 늘면서 지난해 10가구 중 1가구는 고령자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의 중년이 되면 이혼, 사별 등 1인가구가 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최근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최철주 작가를 만나봤다. 최 작가는 아내와 사별 이후 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인가구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최 작가는 가족이 있더라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조를 하며, 노후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추천했다.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고, 홀로 스스로의 삶과 죽음을 맞닥뜨릴 줄 아는 용기에 대한 저자의 담담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중앙북스

Q. 여든 살의 혼자 사는 삶을 담은 책을 출간하셨죠.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사방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노년층을 포함해 중·장년도 적지 않아요. 자신만만하게 혼자 사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없어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평균 수명이 아무리 늘어나도 삶은 힘들고 쓰라린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알찬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 의미를 찾아 나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나의 존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있을 때 이것저것 열심히 해보며 단맛, 쓴맛 다 보다가 삶의 마지막 시기가 다가오면 나답게 떠나자는 취지로 책을 쓰게 됐습니다. 
 

Q. 1인가구가 잘 살기 위해 배우거나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요리를 꼭 배우길 추천해 드립니다. 요리는 나 같은 독거노인이 생존 능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은 권력이기도 합니다. 그냥 뭔가 먹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맛있게 만들어 봐야겠다는 욕심이 나를 자유롭게 해줍니다. 

처음 요리학원에 등록하러 갔을 때 대개 예비신부인 젊은이들 틈에 처음으로 남자를 끼워 넣는 게 쉽지 않았던 듯 입학이 보류됐어요. 원장과 몇 차례 논의를 거친 후에야 어려운 입학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때의 배움이 지금의 나를 생존하게 하는 비결이 됐어요. '요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을 가스에 새기며 뚝배기 달걀찜도 만들어 보고, 굴소스 채소볶음 등으로 영양식을 갖춰 먹고 있어요. 
 

Q. 살다 보면 마주하게 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삑사리에 대해 그저 인생을 자조하는 선에 머무르는 게 속이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면 난감하죠. 하지만 그냥 넘어가야죠. 어쩌겠어요. 

1년 반 전 내 나이 80세에 덜컥 위암 수술을 받게 됐어요. 위의 절반이 잘려나갔지만, 전이가 되지 않아 항암 치료도 필요 없다는 의사 소견에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잡았습니다.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그 기간 꼼짝없이 혼자 지내야 할 일도 있었죠. 

소소하게는 아침 일찍 현관문을 열어 신문을 갖고 들어오려다 손잡이를 놓치는 바람에 문이 닫혔는데 그제야 도어락 건전지가 방전된 것을 알았어요. 마침 강추위가 엄습한 때여서 찬바람에 몸을 떨어야 했죠. 

따지고 보면 인생 대부분은 연출이에요. 학생의 일과가 그렇고, 사회인의 업무도 잘 짜인 계획대로 추진된다는 거죠. 아무리 연출을 잘해도 삶의 현장에는 꼭 어긋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Q.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들 내외가 있는데 왜 혼자 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들에게 아이도 있고,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상시적으로 자식들의 간호를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법을 배웠어요. 

독립생활을 하며 만끽할 수 있는 자유와 고요를 위해 함께 지내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무기력한 노인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내 시간을 소비하는 나만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인적 드문 곳에서 작은 새와 곤충 활동을 관찰하는 취미가 생겼어요. 새끼 오리의 헤엄을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인생의 수련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웰다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웰다잉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요?

지나고 보니 웰빙 안에 웰다잉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실하게 삶을 잘 사는 게 잘 죽는 거지요.

사람들은 늘 죽음은 저 멀리 있고 나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노년 1인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홀로 세상을 떠나는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내가 예외가 될 가능성도 적죠. 

세월이 흐를수록 내 운명을 자연에 맡길 준비를 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어요. 내 인생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