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와 ‘모녀’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이하 주총)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한미약품 이사 지위 해임 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는데 이틀 만에 법원 신청까지 이뤄졌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이 임시 주총 소집 청구에 대해 ‘독재’ 운운하는 것은 현재의 혼란 상황을 촉발한 게 자신들이라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며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을 포함해 모든 계열사간의 원만한 협업 및 균형 관계를 유지시키고자 한다”며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은 임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측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모녀 측에 임 창업주의 오랜 후배이자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이 가세해 ‘3자 연합’을 구성했다.

한미약품 측은 즉각 해당 절차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훈)가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으로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맞섰다. 앞서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의 주총 요구를 “지주사의 독재 경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법원이 이번 임시 주총 신청을 허가하면 다음달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이어 한미약품까지 주총 표 대결이 벌어짐에 따라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최근 공시들에 따르면 송 회장 등 3자 연합과 특별관계자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3%, 임종윤·종훈 형제와 그 특별관계자 지분은 29.7%다. 

다만 지난 3월 정기 주총 사례에서 보듯 특별관계자 가운데에도 이탈표가 생길 수 있으며, 정관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