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유튜브' 열풍이다. 과학기술정통부의 '2019 인터넷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81.2%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 중에 있으며, 국민 10명 중 7명 꼴로는 매일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튜의 이용률은 단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보고서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이 사용하는 OTT 서비스로는 유튜브가 47.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 9.9% ▲네이버 6.1% ▲넷플릭스 4.9%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영상을 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게임? 뷰티? 먹방이 될 수도 있고, ASMR을 즐겨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요소로서 유튜브를 소비하는 것도 좋지만, 막막하기만 한 내 인생에 힌트를 줄 수 있는 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자.
강연부터 독서까지, 똑똑해지는 지름길
세바시&꼬꼬독
예술과 과학, 사회, 경제, 오락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직접 나서 강연을 펼치는 'TED', 해외에는 TED가 있다면 국내에는 '세바시'가 있다.
2011년 6월부터 역사를 시작한 미니 프레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는 더욱 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섭외해 강의를 펼치곤 한다. 무의미하게 허비할 수 있는 15분을 소중하고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 시작된 세바시는 현재 77만 구독자를 기록하며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지식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세바시는 강연을 넘어 드라마 PD이자 '다독가'로 소문이 자자한 MBC의 김민식 PD와 손을 잡고 북튜브 채널인 '꼬꼬독(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 채널을 개설했다.
3권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세바시 강연자인 김민식 PD와 함께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대다수의 콘텐츠는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꾸려졌다. 시대의 트렌드를 알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책이나 능력을 키워 주는 책, 4050 세대를 위한 책 등 그 카테고리 또한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이들과 대화를 하며 재미를 더하거나 다독가의 일상을 보여 주는 등 예능적인 요소까지 더해 지루함을 덜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참고 살지 말자! 세련되게 딴죽 거는 법
오마르의 삶
예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닌 이유, 아르바이트생이 싫어하는 손님 유형,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고민 상담을 잘 받아주는 법? 일상부터 연애, 깊은 속마음까지 넘나드는 이 주제들은 모두 하나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는 콘텐츠들이다. 일상에서 겪은 평범한 일을 이야기하지만 특별한 영상 편집이나 효과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채널의 구독자는 36만 명, 도대체 어떤 매력이 구독자들의 손가락을 이끈 것일까.
유튜버 '오마르의 삶'은 평범한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운영된다. 동네 친구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내지만 그 속에서는 속 깊은 공감과 통찰력이 숨어 있었다. 더욱이 썸네일과 제목에 적혀 있는 내용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적이 있을 법한 고민이 담겨 있다. 자연스레 구독자들은 위로가 되기도, 힘을 얻기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하는 오마르의 삶을 찾기 시작했다.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생각과 누구나에게 새겨져 있는 고정관념, 일상 속 사소하고 간단한 고찰들을 자신의 생각으로 풀어나가는 오마르의 삶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채널을 채워나갔다. '굳이?' 싶은 질문들에 오마르의 삶은 딴죽을 걸며, 더 깊게 파고든다. 다른 이들이 대충 생각하고 넘기는 것들을 깊게 파고들어 잘못된 부분을 집어낸다. 그의 세련된 딴죽 걸기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물론 모든 시청자들이 그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실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밀라논나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실버 유튜버'의 등장이다. 풍부한 삶의 경형을 가진 실버 유튜버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삶의 지혜로 어린 구독자들의 삶의 지표가 되어 주기도 한다.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 이른바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최근 유튜브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은 바쁘게 살던 오팔 세대는 여유로운 금전 상태와 시간을 얻게 되며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일에 도전하며 소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것이 곧 실버 유튜버가 급증하는 이유다.
실버 유튜버라는 이름을 알린 채널이 바로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다. 1947년생, 71살의 나이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한 박막례 할머니는 삶의 교훈과 지혜를 구수한 사투리로 전달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구독자 수는 117만 명, 일찌감치 100만 명을 넘어서며 '파워 유튜버'의 자리에 올랐다.
실패하더라도 시원하게 웃는 박막례 할머니는 어느덧 젊은 세대로부터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툭툭 내뱉지만 젊은 세대의 마음을 뒤흔드는 어록들도 할머니의 인기 요인이다. 좋은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내가 70년 살아 보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며 "타인에게 장단을 맞추지 말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이 와서 춤출 것"이라며 눈치보며 사는 2030 세대의 마음을 녹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이었던 밀라노 할머니, '밀라논나'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이태리 명품 브랜드를 들여왔던 밀라논나는 그야말로 오팔세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모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국제 패션 디자인 연구원의 교수직에 있었던 밀라논나는 자신이 정한 분야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프로정신과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세련된 스타일, 삶의 지혜로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 명품'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단연 패션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루지만, 영상 속에서도 건강한 정신은 빛을 발한다. 유튜버라면 모두 찍는 Q&A 영상에서도 밀라논나는 고민과 궁금증이 담긴 구독자들의 댓글들을 '길을 묻는 나그네'라 지칭하며, "어떤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지 모르니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라며 묵묵한 조언과 기도를 남기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늘 갈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다만 밀라논나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1인분'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기나긴 세월에 있어 지침서가 필요한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채널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