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유튜브 콘텐츠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과학기술정통부의 '2019 인터넷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81.2%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 중에 있으며, 국민 10명 중 7명 꼴로는 매일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튜의 이용률은 단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보고서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이 사용하는 OTT 서비스로는 유튜브가 47.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 9.9% ▲네이버 6.1% ▲넷플릭스 4.9% 등의 순이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이들보다 유튜버 등의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오픈서베이가 3월 2일 발표한 '소셜미디어와 검색포털 리포트 2020'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유튜브에서도 정보 탐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대비 이용량 변화에서 '유튜브'는 이용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포털 사이트'는 비슷하거나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더 많이 증가했다. 궁금한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SNS 및 유튜브로 정보 탐색을 하는 주요 이유이며, 그 경향이 유지되고 있는 편이었다.
자연스레 TV에서 인기를 끌던 '쿡방' 역시 유튜브로 점차 옮겨오고 있다. 특히 사진만으로는 가늠이 안 되는 계량의 양과 일일이 글을 읽으며 요리 과정을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던 과거의 레시피와는 달리 쿡방은 생생함과 보는 재미까지 더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리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 또한 대단하다. 백종원이 출연해 요리 레시피를 전하는 '백종원의 요리비책'의 경우 구독자 수 353만 명을 달성했으며, 뛰어난 영상미로 자취 요리부터 특별한 레시피까지 선보이는 '꿀키'는 구독자 수 205만 명을 달성했다.
하지만 요리 유튜버가 많아지며 이들에게도 개성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수산물이나 육류 요리 전문, '수비드(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 등 차별화된 조리법과 영상으로 젊은층을 사로잡는 이들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유튜버의 감성은 대단하다. 잔잔하거나 꿀팁을 알려 주는 등 전문적인 요리 유튜버의 세계에 'B급 감성'으로 단호하게 도전장을 날리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먹어볼래'를 소개한다.
먹어볼래의 채널에 들어가면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여타 다른 요리 유튜버들과는 확연히 다른 제목 선정 방식이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 선정과 투박하고 거치면서도 개성 넘치는 독특한 썸네일은 영상을 클릭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썸네일에 이끌려 영상을 재생하면 다른 요리 유튜버들의 영상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도마에 성의없이 재료를 툭 던지는가 하면 투박한 칼질에, 재료를 자르기 위해 손날치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레시피 또한 빠르게 훅훅 넘어갈 만큼 빠르지만 고기를 대할 때만큼은 정성스러운 손짓으로 요리하는 반전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다른 요리 유튜버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라면이 이들에게는 주재료처럼 사용되며 얼음이 필요할 경우에는 패스트푸드점에 가능 등 예상치 못한 행동을 거듭하기도 한다.
더불어 꾸준히 등장하는 장보기 과정 중 빠짐없이 등장하는 '술' 또한 이들의 매력 포인트다. 술이 생각나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반주 한 잔을 걸치는 모습은 화면을 통해서까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손꼽히곤 한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레시피에 집중할 무렵 영상은 끝난다.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체감 시간 역시 5분이 채 되지 않는 듯하다. 누구나 궁금했지만 선뜻 나서서 시도할 수는 없던 요리에도 거침없이 시도한다. 이처럼 다양한 재료를 넣어 소울푸드를 만들거나 음식과 음식을 융합해 퓨전 요리를 만드는 등 도전정신 또한 투철하지만 그 결과물은 묘하게 훌륭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도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다.
말과 나레이션 없이 자막으로만 진행되지만 자막에서도 욕설과 은어, 비속어가 자막에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물론 오타가 등장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거침없이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영상의 '더 보기'란에 작성하는 섬세한 레시피는 그들의 인기 비결일 정도다.
하지만 그들의 영상은 맛이 있다. 빠른 진행속도와 개성있는 썸네일, 뛰어난 제목 선정 덕분일까? 먹어볼래의 구독자 수는 58만 9000명, 곧 60만 명을 앞두고 있지만 그들 영상의 조회수는 구독자 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100만 조회수를 뛰어넘는 영상이 비일비재한 것은 물론 400만 조회수를 앞두고 있는 영상 역시 찾아볼 수 있다.
탁월한 B급 감성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탓인지 요리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더라도 하나의 '콘텐츠'로서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점 역시 이들의 장점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가족 해체로 인해 혼자가 되는 현대인들은 오늘도 유튜브 앞으로 몰리고 있다. 이때 쿡방과 먹방은 고립된 현대인들에게 식욕을 해소하거나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먹어볼래의 거침없는 B급 감성은 기존의 요리 유튜버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감과 재미까지 채우기에 용이하다. 실제로 먹어볼래 영상의 댓글창에는 '때려부술듯이 재료를 준비하면서 과정 소개는 세상 세심하다'라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욕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갈(解渴)해 주는 것이 수많은 유튜버들 속에서 먹어볼래를 눈에 띄는 요리 유튜버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끔 만든 것이라 풀이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