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9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트렌드에 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 10명 중 7명이 '트렌드를 알아야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응답을 보여주듯 트렌드 능력 고사까지 탄생해 현대인들이 얼마나 트렌드한 사람인가에 신경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흐름에 끝없이 귀 기울이는 것이 스스로 좋은 것일까? 오늘 주어진 일을 해내고,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도 숨 가쁘지 않은가. 일에서 인정받고, 개인의 삶도 잘 살고 싶은 욕심 많은 현대인에게 진정한 욕심이란 무엇인지 북토크를 통해 답을 찾아봤다.
이 욕심이 네 욕심이냐? 내 욕심이냐?
2020년 10월 1일부터 31일 한 달간 서울시는 '2020 서울지식이음축제'를 온라인으로 문을 열었다. 10월 12일 오전 10시 30분에는 3명의 작가 패널이 모여 '욕심 많은 나'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진행했다. 각 패널은 개인의 욕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은 시인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신연선 작가는 제임스 네스터의 '깊은 바다 프리 다이빙'을, 엄지혜 기자는 소윤경의 '호두나무 작업실'을 들고 와 개인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는 욕심이란 무엇인지, 욕심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살펴봤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자본주의, 물질이 개인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서 좌절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냈고, 이를 통해 인간이 '일'이라는 것에 어떤 욕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오은 시인은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는데, 어쩌면 일과 삶에 충실히 하는 그 균형은 평생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직업적 커리어도, 개인의 삶도, 트렌드도 다 쫓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느껴졌다.
신연선 작가는 '깊은 바다 프리 다이빙'을 소개하면서 인간이 지구에 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 그저 다른 생물과 다르지 않으며, 외부에서 지향하는 욕심이 아닌 인간 본질적인 것에 대한 물음을 구하는 욕심에 대해 서술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현재 삶에 추구하는 진정한 방향성에 대해 되짚어보는 토크였다. 마지막으로 엄지혜 기자는 '호두나무 작업실' 에세이를 읽고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 진짜 욕심이라고 표현했다.
'욕심 많은 나를 위하여'라는 주제에 흔한 자기계발서가 연상됐다. 하지만 패널들은 나라는 본질을 발견하고, 내 욕구에 귀 기울이는 것을 강조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선별했다. 요즘 MZ세대들에게 핫한 콘텐츠, 10대들이 쓰는 줄임말 등에 쏟는 관심보다 위와 같은 독서를 통해 진정한 나를 탐구하는 찐욕심을 부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