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용 보증보험 가입실적 0회
"보증금 미반환 예방 책임, 임차인에게 전가"
전세사기 등 임대차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정작 임대인은 거의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대인용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미반환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에 임대인용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를 촉구했다.
경실련이 지난 10년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입 건수는 31만여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7만여건 늘어난 것으로, 금액으로 보면 같은 기간 16조원 증가해 역대 최대인 71조원을 기록했다.
2013년 765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932배 급증한 것으로 전세금 미봔한에 대한 임차인들의 불안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0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반환보증보험 중 사용자용과 임차인용 상품별 가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제도 도입 초기인 2013~2014년에는 사업자용 보험 가입이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들어 사업자용 가입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2017년부터는 0~1%로 하락했다.
특히 2022년 사업자용 가입실적은 0회였다. 전세제도에 불안감을 느낀 임차인이 반환보증보험에 적극 가입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예방에 대한 책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한 제도는 크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과 임대보증금보증 등 2가지로 나뉜다. 반환보증보험은 임차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이 결정되는 반면, 임대보증금보증은 임대사업자에 해당하는 임대인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신청서를 내고 5년 이내 임대사업 부도 발생이 없어야 한다.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에게는 과태료 부과 조치가 이뤄진다.
반면 반환보증보험은 임차인의 선택으로 가입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은 담보인정비율 등 요건만 갖추면 책임질 사항이 거의 없다.
경실련은 “현재 반환보증보험은 임차인이 선택적으로 가입을 신청하는 데다 가입 기준도 허술하다 보니 임대사업 자격이 없는 임대인의 시장진입을 전혀 막지 못한다”며 “누적된 전세 피해는 공공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전세 제도 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신고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 시행 ▲임대차 계약시 임대인 반환보증가입 의무화 ▲전세자금대출 DSR 적용 및 전세자금보증 기준 강화 ▲장기 공공주택 대거 공급 및 전세사기 주택 공공 우선 매수권 활용 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이 주거 사다리를 올라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개발 정책에 힘 쏟지 말고, 관리 가능한 전세제도를 만드는 데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