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3일, 국토연구원 박미선 연구위원은 '연령대별·성별 1인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2015년 27.2%였던 1인가구 비중이 2047년에는 37.3%(823만 가구)로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17년 기준 558만 명으로, 지난 1985년(66만 명) 이후 지난 32년간 8.5배 증가했다.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9%에서 28.5% 늘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1인가구는 오는 2047년 83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셋 중 하나(37.3%)에 이를 전망이다.
2047년에는 1인가구의 비중이 전체 중 37.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여성 1인가구의 수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노리는 범죄 역시 우후죽순으로 발생하며 여성 1인가구들의 두려움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1인가구의 경우 대체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으며, 여성을 노리는 범죄 비율 역시 높았다. 실제로 2019년에는 서울시 관악구에서 발생한 '신림동 사건'을 시작으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우후죽순으로 발생하며 여성 1인가구의 두려움 역시 커졌다.
여성 1인가구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중앙선거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공동으로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 6월~2019년 10월까지의 국민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폐쇄회로(CC)TV 관련 민원은 31만 7683건으로 총 민원의 12.47%에 달했다. 특히 20대 여성들이 다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봤을 때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지난 2019년 5월 발생한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신림동에서는 여성 1인가구를 노린 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신림동의 경우 여성 1인가구 다수가 거주하는 곳으로 손꼽히며 이들의 두려움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여성 1인가구가 늘어나자 주거침입 범죄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주거침입 검거인원은 2019년 1만 5606명(잠정 통계)으로, 2014년 8223명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더라도 2015년 9508명에서 2016년 1만 959명, 2017년 1만 1086명, 2018년 1만 282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성범죄는 총 300건에 달했다. 국정감사에서 권미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치구 별로 관악구가 28건(9.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광진구(26건), 동작구(23건), 강남구(20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홀로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주거침입을 하는 경우 침입하는 자를 제지하거나 도와주는 이가 없을 경우다. 제 때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될 시 더욱 큰 피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여성 1인가구들의 두려움은 커졌다. 특히 이들의 경우 거주지 진입로의 방범 및 보안 시설이 갖춰진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자취방을 고를 경우 집 주변의 안전시설을 고려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족 특화 플랫폼 '혼족의제왕'이 3월 17일~20일 2030세대 1인가구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집을 고를 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안전시설(CCTV, 가로등 외)'을 꼽은 이들은 1순위에서 3.7%, 2순위 4%, 3순위 6.7%로 비율은 낮았지만 응답자 전원 여성이라는 점이 눈여겨볼만 하다.
혼자 사는 만큼 금전적인 부담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1인가구는 집을 고를 때 고려하는 요건으로 '월세/관리비'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 ▲교통편의/역세권과 ▲통근/통학 시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1순위, 2순위, 3순위를 통틀어 모두 비슷하게 나타나며 자취방을 고를 경우 중요시 여기는 1인가구의 걱정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1인가구의 집 선택 고려 요소에는 CCTV 등 안전시설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집을 고를 경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건 1순위와 2순위에서는 각각 3.7%, 4.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으나, 3순위에서는 6.7%가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우선 조건인 경제적 요건, 직장과의 거리 등을 제외하면 안전의 우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안전시설을 꼽은 응답자는 모두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금전적인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지만, 범죄에 대한 불안함 역시 저버릴 수 없는 여성 1인가구의 애로사항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여성 1인가구에 각 지자체들은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여성 안심 택배함을 운영하는 등 이들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청에서도 범죄취약지점에 비상벨과 조명 등을 설치해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 사업에 나섰다. 2020년 3월 29일, 경찰청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 정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여성 안심 귀갓길'에 조명, 비상벨, CCTV, 반사경 등 범죄예방 시설이 맞춤 설치되며, 저소득 여성 1인가구 등 범죄에 취약한 가구들을 대상으로 방범용 창살, 방범 방충망 등을 보급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될 계획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