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49)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8시간여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재용 씨에 대한 소환조사결과 환수에 대한 호의적인 결과가 이뤄진 만큼 장남 재국 씨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이 출범한 이후 전 전 대통령의 자녀가 소환된 것은 재용 씨가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61)가 재용 씨 등과 경기 오산의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양도세, 법인세 등 124억여 원을 탈루한 혐의로 이 씨를 구속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재용 씨의 부인 박상아 씨(41)를 소환조사했고, 장모 윤모 씨와 처제 박모 씨는 지난달 25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재용 씨 이전에는 지난 5월 국세청이 해외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조사할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 씨(53) 시공사 대표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친인척 명의 그림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재국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농장인 '허브빌리지' 비밀 창고 등에서 황동불상과 석조불상, 그림 등 미술품 200여 점을 압수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 자택 등에서 국내외 유명 화백의 수억 원 상당 그림, 보석 등 10여 점 미만의 재산도 압류했다.
이와 함께 허브빌리지 부동산도 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허브빌리지 매입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정황을 포착해 전체 48개 필지 중 33개 필지를 압류했다고 밝혔다.검찰은 토지와 함께 이들 토지 위에 있는 건물 일부도 압류했다. 압류된 부동산은 토지만 공시지가로 14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지난 2일 삼남인 재만 씨(42)의 장인으로 전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는 동아원(회장 이희상)은 검찰로부터 전격 압수수색을 당했다.
애완동물 사료 판매업과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동아원 계열사 대산물산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대산물산을 통해 재만 씨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동아원이 미국 와인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만 씨에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건넸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동아원은 2005년 미국 나파벨리에 ‘다나 에스테이트’를 설립하고 약 780억 원을 투자하면서 와인제조업인 와이너리에 뛰어들었다. 재만 씨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의 추징금 집행팀 목표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전액 환수하는데 있다.
따라서 검찰은 재용 씨뿐만 아니라 수사선상에 오른 장남 재국 씨와 삼남 재만 씨, 장녀 효선 씨 등 전 전 대통령의 다른 자녀들에 대해서도 소환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직접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