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주거 공간을 변화시켜줘 주목받는 예능이 있다. 바로 tvN의 신박한 정리다. 이름처럼 공간을 신박하게 비우고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혼자 사는 1인가구, 자녀가 있는 가족부터 다양한 생활 환경에 마법 같은 변화를 선사한다. 여러 편 중 혼자서 열심히 사는 혼족들이 봐야 할 회차가 있다. 2020년 8월 24일에 반영된 9회차 만능엔터테이너 오정연의 이야기다.
정리정돈의 최종보스는 추억의 물건
물건 = 열심히 살아온 나?
방송인 오정연의 경우 여태까지의 방송 출연진 중에서 추억이 깃들 과거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맥시멀리스트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오정연은 발레를 하던 학창 시절부터 서울대에 입학하고 스스로 면접용 의상을 만들어 아나운서 시험을 도전하는 등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 자신의 노력이 담긴 물건들이 오정연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느껴져 아무것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발레 토슈즈, 전국 1%의 수능 성적표, 광고 세움 간판 등에 자기 자신을 이입해 모든 과거의 물건을 간직하고 있었다.
공간을 위한 내가 아니라 나를 위한 공간
과거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송인 오정연은 '자신은 재능이 없어 오직 노력밖에 길이 없었고, 그래서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았다'라고 밝혔다. 열심히 살아온 과거의 나를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또한, 혼자 살다 보면 생각보다 짐이 많아지는데 여기에 추억까지 더해지면 내 집이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공간에 세 들어 살기 쉽다.
공간에 압도당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혼족이라면 오정연과 함께 쌓아둔 추억들을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열심히 살아온 과거의 나에게 충분히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고 지금의 공간은 자신을 위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내가 편안하지 못하다면 과거의 나의 열정도 빛을 볼 수 없다.
신박한 정리에서는 추억으로 힘을 얻는 오정연을 위해 단순히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과거와 함께 현재의 살림이 잘 어우러지게 신경 썼다. 이날 정리 전문가는 약 2t의 물량을 버렸고 추억을 골라 파일철을 만들고,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저장 물품은 디지털 변환을 했다. 거실 장식장에 대본, 큐시트, 수험표, 사진 등 자료를 시기별로 정리해 감동을 선사했다. 공간 차지는 덜 하면서 추억을 적당히 간직하고 공간에서 숨이 트일 수 있게끔 도와줬다. 추억을 비우는 과정에서 오정연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추억과 인사를 하게끔 도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나를 위한 공간이 중요해졌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편안하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 지금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를 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가는 혼족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평온함을 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