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부업을 통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N잡러’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경제 악화가 지속되는 추세인 데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용의 안정성도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KB금융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 중 N잡러는 42.0%에 달했다. N잡의 종류도 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과거 부업은 서비스직, 대리운전, 사무보조 등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앱테크, 소셜크리에이터, 플랫폼 노동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계약서상 ‘겸업금지’를 명시해두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N잡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겸업하지 말라는데…
N잡 때문에 해고될 수 있나요?
겸업금지조항이 들어있는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원이 부업을 했다면, 회사는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을까?
겸업금지조항은 직업과 기업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자가 겸업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겸업 및 겸직 금지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따졌을 때 근로기준법으로 지정된 사항은 아니다.
국내 근로기준법에서는 겸업 금지는 물론 허용에 대해서도 뚜렷한 근거를 갖추고 있지 않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에서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할 뿐이다.
이 역시 근로자와 회사가 합의하에 정한 근무시간 동안 유효한 것으로 근무시간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까지 회사가 제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헌법 제1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전직의 자유, 겸직의 자유를 모두 포괄한다. 2001년 서울행정법원은 ‘기업 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부업 때문에 본업이 힘들다면?
하지만 모든 사례에서 겸업금지로 인한 징계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부업으로 인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동종·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에 이중취업해 회사의 기밀 누설이 우려되는 경우, 기업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등은 징계 및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대구고등법원(2020. 8. 3. 선고 2019나25951 판결)은 1년 5개월간 근로 시간 중 부업 관련 이메일을 200회 이상 주고받은 근로자에 대한 정직이 적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서울고등법원 (2019. 7. 5. 선고 2018나2065317 판결)은 여행정보제공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의 근로자가 국내 쇼핑, 호텔, 숙박, 관광지 등의 정보를 외국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타 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건을 두고 겸업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겸업금지 더 주의하세요
만약 사기업 근로자가 아닌 공직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라면 겸업금지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의 겸직 금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서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5조에서는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위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업무라면 겸직허가신청서 작성 후 소속기관장의 정식 허가 절차를 거쳐 겸업이 가능하다. 이때 신청서 내용이 허위로 작성됐거나 실제 겸직내용과 겸직허가받은 업무의 실체적 동일성이 없다고 밝혀지면 겸직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문제 안 된다고 해도
부업 활동,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업활동이라고 해도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월급 외 수익이 2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때 월급 외 수익에는 부업으로 인한 수익 외에도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등이 모두 포함된다.
만약 이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월액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연말정산 과정에서 회사가 다른 수입원이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때 2000만원은 필요경비율 24.1%를 제한 뒤의 확정소득을 말한다.
월급과 부수입의 합계가 월 533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도 회사에서 부업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 상한액이 533만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월급이 300만원인 직장인이 부업으로 300만원을 벌어 월 소득이 600만원이 된 경우, 국민연금공단은 회사로 ‘이 직장인은 상한액보다 소득이 많으니 상한액에 맞춰 연금 보험료를 계산하라’고 토지하게 된다. 다만 이때 회사는 해당 근로자가 어떤 수익으로 상한액을 초과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주업 직장과 부업 직장 모두에서 고용보험을 가입한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주된 사업장 한 곳에서만 고용보험의 가입 및 납부를 진행하지만, 만약 부업 직장에서의 근로 비중이 높아지면 고용보험 납부가 변경돼 기존 회사에 연락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